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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10. 2021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의 바다

무창포해수욕장

KBS방송국의 장수프로인 '인간극장'의 2021년 6월 첫 주인공은 시골에 사시며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촌부인 동시에 어린 학생들과 함께 중학교를 다니시는 81세 박은순 할머니셨다.


어린 시절 가난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무학의 설움을 풀기 위해, 70대 중반인 2015년부터 외산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해 올해 졸업하시고 외산중학교 1학년으로 재학중이시다. 실은 초등학교 수업 듣는 것도 만만치 않아 중학교 진학은 주저하고 계셨는데, 학생수가 어느 정도 되어야 폐교를 면하는 시골학교다보니, 한 명이라도 학생수가 아쉬운 마당에 할머니의 입학을 중학교측에서 적극장려하여 이뤄진 거라고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오가는 교통수단이 마땅찮아, 군내 어린이집 차량을 타고 다니실 수 있게 해드리고, 수학처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외계어 과목시간엔 한글공부를 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며, 70살 가까이 차이나는 동급생들과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계셨다.


'외산'이라는 지명이 낯익어서 찾아보니, 부여 외산면. 자주 드라이브 가던 보령호 가는 길에 늘 지나치는 곳이었다.


어머님이 아침을 드시는 때가 딱 인간극장하는 시간이라, 옆에서 식사를 챙겨드리며 함께 보다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는 박은순할머니의 이야기를 모두 보게 되었다.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참 대단하시다~ 하며 보다가, 마지막 방영일에 나온 바다가 무척 낯이 익었다. 작년에 남편과 갔던 곳인데~, 저기 바닷길 열리고 그런 곳인데~, 저 둥그런 모양의 전망대랑 호텔이랑 저 앞의 섬이 참 눈에 익은데~ 어디더라?


생각날듯, 날듯 하다가도 도저히 안 나서 작년에 쓴 페이스북 글을 뒤져보니 무창포 해수욕장이었다.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


충남 보령시 웅천읍 열린바다1길 10에 위치한 무창포해수욕장은 지역의 이름 그대로 웅천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린다. 무창포라는 명칭은 조선시대에 세미를 저장하는 창고가 있는 갯가의 포구라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무창(武昌)의 서쪽에 있는 포구가 무창포이다. 무창포 바닷길은 보령8경 중 제2경에 해당하며, 북쪽으로 8km 지점에 있는 대천해수욕장 및 죽도 관광지와 더불어 보령시의 3대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무창포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개발되어 서해안에서 최초로 개장한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무창포 남쪽 해안에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의 길이는 1.5 km에 이르며, 수목이 울창하고 송림 사이로 해당화가 가득 핀다고 한다. 석대도(石臺島)를 비롯한 수많은 도서와 암초가 산재하고 물결이 잔잔하여 해수욕장으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해수욕과 갯벌 체험이 가능하여 이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내가 찾아갔던 때는 1월 말 경이라 한겨울인데도 조개잡이 체험을 온 가족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무창포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음력 보름날과 그믐날을 전후하여 매월 2∼3차례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해변에서부터 석대도까지 약 1.5㎞ 길이의 바다에 길이 열리는데, 이 신비의 바닷길을 따라 게·조개·소라·고동·낙지 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이곳 해수욕장의 전면에 펼쳐진 갯벌에서는 돌을 쌓아 바닷물이 들고 나는 것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독살이 일부 남아 있어 '독살어업체험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백중사리가 되는 음력 7월 15일을 전후하여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개최된다. 신비의 바닷길은 1994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1996년부터 본격적인 관광코스로 조성되었다.


코로나로 축제가 취소되기 전인 2019년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 홍보글을 살펴보니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독살어업 체험, 후릿그물체험, 횃불어업재현 등 전통 어업 체험과 맨손으로 고기를 잡아보는 프로그램과 함께 각종 소소한 이벤트, 공연, 불꽃쇼 등 기타 행사가 진행예정이었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로움도 경험해 보고,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서 진행할 체험 행사도 재밌게 즐겨볼 수 있었다. 지역마다 참가인원을 제한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축제를 되살리고 있는데 올해는 어찌 되려나~


한편,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하는 주꾸미, 도다리 축제는 올해 열린 것으로 나와 있다.

(2021.3.16~4.14)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주꾸미 도다리 축제'는 무창포항과 무창포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어선에서 갓 잡아 올린 초봄의 별미인 주꾸미와 개불, 맛, 조개류 등 다양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어 주는 축제이기도 하다. 바지락 잡기체험, 주꾸미잡기체험, 해상가두리낚시체험, 신비의 바닷길체험도 할 수 있다.


무창포 포구와 어우러진 낙조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라는데, 내가 간 날은 비가 내린 뒤라 날이 흐린데다 낙조를 볼 수 있는 시간까지 머물지 못해 아쉽게도 못 보았다. (아래 다른 분들의 멋진 사진으로 대신한다)


2015년에는 무창포해수욕장에 펼쳐지는 신비의 바닷길을 조망할 수 있는 무창포타워(높이 45m)가 개관했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보령시의 명산인 성주산과 북쪽의 대천해수욕장 등지도 조망할 수 있단다. 무창포해수욕장 해변에 위치한 해변공원은 해변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공원으로서 다양한 조각물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내가 갔던 날은 무창포타워가 문이 닫혀있어서 들어가볼 수 없었다.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의 바다를 보기 위해

2020년 1월 27일에 찾았던 무창포 해수욕장.

정확히 바닷길이 열리는 시각을 모르고 가다보니, 시간을 살짝 넘겨서 물이 들기 시작하는 때 도착했다. 미리 시간 맞춰 온 관광객들은 조개 등이 가득 든 작은 바께쓰를 들고, 주민들은 큰 들통을 들고 바닷길에서 나오고 있었다. 경운기 몰고 나오는 상인까지 보면서 신비의 바닷길을 지나쳐 호텔 비체 팰리스 앞 닭벼슬섬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돌아나오면서 보니 아직도 물이 안 찼길래, 뒤늦게 바닷길을 중간까지 걸어들어갔다가 나오니 그 잠깐사이에 밀물이 들어차는 바람에 신발이 젖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아들 딸을 데리고 온 가족이 바께쓰에 뭘 많이 잡으셨길래 구경 좀 해도 되냐고 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가만 보니 무려 꽃게도 잡으셨다! 우리 애들도 어릴 땐 이런 데 데리고 다니며 조개도 잡고 갯벌 체험도 하고 그랬는데, 청소년이 되니 같이 가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창포 모래사장에 아이들 이름을 하트 안에 그려두고 왔다. 그 이름은 오래전에 다 지워졌겠지만 사진으로는 오래오래 남아 그날의 추억을 되새겨본다.


신비의 바닷길을 제대로 보시려면 사진 맨 아래에 있는 '신비의 바닷길 열리는 시간표'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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