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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29. 2021

쓰레기통에서도 향이 난다

텃밭둑을 점령하고

무성하게 자란

자생 애플민트

밭둑 예초작업을 한다길래

무심한 칼날에 다쳐

하릴없이 쓰러질까

손으로 쓱쓱 뽑아

비닐에 담아왔다

묵마을 지나는 길

오래된 폐가를 사들여

뚝딱뚝딱 3층 건물 올리는

공사장을 지나치는데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시던 분이

그게 뭐냐고 물으신다

애플민트라는 허브예요

한움큼 나눠드리며

줄기만 심어도 잘 자라니

우선 물에 담가두었다가 나중에

집에 가시면 잘 키워서

모히또 만들어 드세요~

애플민트는 몰라도

모히또는 아시는지

빙그레 웃으며

고맙다 하신다

집에 와서

짧은 줄기는 따로

꽃병에 꽂고

긴 줄기는 아파트 화단

적당한 곳에 심으려

빈 페트병에 물 담아 담가두었다

시든 잎과 남은 줄기들

모아 쓰레기통에 넣었더니

쓰레기 버리려 뚜껑을 열 때마다

향이 난다

향기로운 풀은

버려져서도 저리

좋은 향을 뿜는구나

쓰레기통마저도

향기로 점령하는

애플민트를 보며

돌아본다.

나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에서

어떤 향기를 내뿜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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