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이 이렇게 좋은 거였어?

칠월 텃밭일기 3

by 말그미

텃밭에 비닐멀칭도 하지 않고, 농약도 안 뿌리고, 화학비료도 안 주고~ 그야말로 친환경으로만 짓다보니 내 밭은 잘 정돈된 맛은 없지만 그 어느 밭보다 자연친화적이다.

7년째 하는 텃밭에서 올들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대부분의 텃밭이웃들이 비닐멀칭을 했다는 것이다.

위아래 텃밭을 통틀어 비닐을 씌우지 않은 밭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비닐을 씌우면 잡초걱정도 덜 하고, 물 줄 수고도 덜 하고, 작물들이 더 크고 튼실하게 자라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많이들 하신다. 문제는 비닐을 쓰고 나면 잘 제거해서 땅에 비닐이 남아있지 않게 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씌울 땐 열심히 씌우지만 작물을 거둔 뒤로는 비닐 걷기 귀찮아서 냅둬버리니 그게 땅속에 고스란히 남아 환경을 해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구청에서 공동텃밭 경작원칙에 비닐멀칭 안 된다고 계속 주의사항을 써놔도 이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나는 원칙을 따르는 편이라 비닐을 안 씌우고 쭉 농사를 지어왔다. 땅에 피해가 가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비닐을 씌우고 거둘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아서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농사짓기. 그게 내 원칙이다.

비닐을 씌우지 않으니 내 밭에선 어느 해엔 전해에 그곳에서 농사짓던 분이 방치해둔 방울토마토 씨앗이 대거 자라서 방울토마토 싹이 지천으로 났다. (구청임대 공동텃밭은 매년 추첨을 통해 밭의 위치가 바뀐다. 코로나 이후론 비대면으로 하다보니 신청선착순 배정으로 바뀌었다)

하두 많아서 이웃들에게 토마토모종을 실컷 분양하고도 여전히 많이 남았는데, 솎아내기 아까워서 그냥 두었더니 여름에 방울토마토 밀림이 되서 여름 내내 방울토마토 그늘 아래 실컷 방울토마토 따먹고 여기저기 인심 쓰기도 했다.

어느 해엔 들깨모종이 우루루 자라나서 이것 또한 텃밭 이웃들에게 알려 모종나눔을 했음에도 많이 남은 걸 그대로 두었더니 여름 내내 깻잎이 주구장창 나서 실컷 먹고, 주변에 마구마구 나눠드렸음에도 또 엄청 자라서 보육원이랑 청소년 쉼터, 서울 사는 친구들, 심지어 프랑스 살다 방학때 잠깐 들어온 지인에게까지 나눔을 했더랬다.

한겨울 추위를 지내고 스스로 땅에서 발아한 모종들이라 아주 튼실해 따로 신경 안 쓰고 물만 줘도, 가끔은 깜빡 물을 안 줘도 알아서 잘 자란다는 게 이런 자생모종들의 특징이다.

올해는 내 텃밭의 자생종목이 애플민트와 까마중이다.

애플민트는 2년 전부터 우리 텃밭모둠일원으로 참가한 둘째 친구 엄마가 모히토 무한공급을 위해 텃밭에 심은 애플민트 씨앗이 발아해 자라난 것이다.

허브도 이렇게 스스로 자라나는 게 신기해서 텃밭이웃들에게 이야기해 옮겨가시라고 해 몇 분이 텃밭에 심기도 하시고, 집으로 가져가 키우시기도 했다. 5월에 밭둑 예초할 때 안타깝게도 남은 애플민트가 몽땅 잘려나갔는데, 시간이 지나니 살아있는 뿌리에서 예쁘게 다시 돋아나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애플민트꽃

그 다음이 바로 오늘 소개할 까마중이다.

봄에 밭 시작하면서 감자 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밭 고랑 이곳저곳에서 자라는 싹이 있길래 무엇인공? 하며 궁금증으로 봤다. 점차 자라는 모습을 보니 이파리나 꽃이 고추랑 같아서 이야~ 올해는 고추를 거저 얻겠구나! 하며 속으로 좋아했다. 매년 고추를 몇 주씩 심어왔지만 그간 재미를 못 봐서 올해는 아예 모종을 사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모종값 안 들이고도 자생고추를 맛보겠구나~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 자란 걸 보니 고추가 아니고 까마중이네?

어릴 때 밭일하다가 밭에 난 까마중을 따서 간식으로 먹던 기억이 났다. 요즘엔 까마중 만나기도 힘든데 귀한 거니까 그냥 키워보자. 하구선 뽑지 않고 냅뒀다. 그랬더니 이 녀석들이 불끈불끈 힘내서 자라기 시작하는데 장난 아니게 자랐다. 이 종자가 이렇게 큰 종자였나 싶게.

옆에서 자라는 감자가 치일 정도로 잘 자라서 감자를 캘 때쯤 되니 초록 열매가 까맣게 익기 시작했다. 첫 수확으로 한줌을 따서 마침 옆밭에서 일하시는 분과 사이좋게 나눠먹고, 언제든 까맣게 익은 거 보이시면 따드시라고 했다. 텃밭 함께 하는 다른 분들께도 이 이야기를 해야지~ 하구선, 까마중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까마중에 대해 좀 알려드리려고 검색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까마중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해서 노화방지, 항암효과, 아토피, 피부염 개선, 혈관질환 예방에 좋고, 사포닌이 많아서 기관지염 기침 가래를 가라앉히고, 몸의 원기 회복, 불면증 개선, 정력강화에 좋다는 것이다. 와우!!!

세상에 까마중이 이렇게 좋은 거였어?

어쩐지~ 요즘 새벽마다 밭에 가면 비둘기 한 마리가 매일 와서 토독토독 까마중을 따먹더니 좋은 건 알아가지고~^^

사람들에게 까맣게 익은 까마중 사진을 찍어올리며 마음껏 따드시라고 글을 올리려고, 며칠째 까맣게 익은 까마중을 찾아보았는데 잘 안 보여서 이상하다~~ 하던 참이었는데 알고보니 이 비둘기녀석이 까마중에 맛들려서 새벽마다 따먹으러 왔던 것이다.

내가 고랑에서 물주고, 풀 매고 있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까마중 아래 그늘로 가서

비둘기나름으론 숨는다고 숨어선 열심히 따먹는다.

"욘석 봐라? 니가 까마중 도둑이었구나!"

까마중서리 인증샷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미니 처음엔 안 보이는쪽으로 종종종 도망가더니 며칠 지나니까 이젠 찍거나 말거나 그러려니~ 하고 그냥 먹던 거 열심히 먹는다.

고놈 참!

하긴 자연이 내려준 선물에 니것내것이 어디 있겠냐?

그렇게 까마중 익어가는 밭에선

비둘기와 인간의 공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까마중 다 따먹고 옆밭에서 비닐멀칭 안에 심은 씨앗 파먹다 나한테 딱 걸린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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