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얼마나 먹겠어요~ 고라니랑 사람이랑 그저 같이 먹고 사는 거지요~'하며 웃고 말았다.
텃밭 위쪽으로 늘어선 전선 위에서
아까부터 구~구~구~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까마중 따먹던 그 비둘기녀석이 나를 쳐다보며 인사하고 있었다. 가을장마에도 꿋꿋이 버티며 자라던 까마중은 이제 까만 열매를 드러내고 옆으로 쓰러져 노란 이파리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중이다. 애도 갈 때가 다 되었나보다. 올 여름 비둘기에게도 나에게도 귀한 간식을 마련해준 까마중아 고마워~
빈 땅에 버터헤드 상추를 몇 알 더 심은 뒤, 노란 점들이 알알이 박혀서 따먹을 수 없게 된 깻잎들을 뜯어서 상추씨 심은 땅 위에 흩뿌려놓았다, 천연거름 되라고. 뭐 먹을 것이 없는 빈땅에 자리잡고 잠든 달팽이에게도 그늘 겸 먹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조리개로 물 한 번 뿌려주고 밭을 내려오면서 다른 텃밭들 구경하는데, 손가락 길이만큼 올라왔던 강황 잎은 이제 사람키를 넘길 듯 크게 자랐고, 여름장마 끝난 뒤 잡풀이 무성했던 텃밭은 밭정리를 다 끝내고 심은 상추와 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상추는 아주 예술이다.
매년 밭을 깔끔하게 정돈하며 농사를 야무지게 짓던 이웃인데, 올 여름에 잠시 밭이 방치되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밭에 풀이 무성하면 우선 보기에도 안 좋지만, 풀씨가 옆밭으로 날아들어 피해를 주기도 하고, 텃밭을 다니는 길 옆인 경우엔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그래서 따로 톡을 드려 안부를 묻고는, 밭정리를 부탁드렸더니 밭에 풀이 그 정도로 심한 줄 몰랐다며 바로 정리를 시작하셔서 예전의 알흠다운 텃밭모습을 찾았다.
나도 올 봄에 어머님께서 쓰러지시며 병원에 입원하신 뒤로 병원일 보고, 간병하느라 정신이 없어 밭이 방치된 적이 있기에 그댁도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주변분들이 연락 좀 해보라고 하두 성화를 하셔서 연락을 드린 건데 잘 했지 싶다. 폐인이 되어가는 사람에게도 주변의 관심이 수렁에서 건져내 주듯이(김숙이 게임중독이었을 때 개그맨 선배들이 자꾸 연락하고 나오라고 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처럼) 무너져가는 텃밭도 이웃의 관심이 원래 모습을 되찾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이런 관심을 가져주는 텃밭이웃들이 있어서 감사한 9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