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특히나 유통기한에 예민해서, 유통기한 임박하거나 어디 짱박혀있다가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캔, 약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나에게 들이밀며 말한다.(이건 아빠랑 닮은 점이다. 부전녀전)
"후유~~~ 엄마...(미리 한숨을 쉬고 자신이 이제부터 엄마에게 잔소리할 것이 있음을 알린다) 이거 좀 보세요. 유통기한이 xx년 xx월 xx일까지예요. 하루 남았네요. 엄마, 이건 유통기한 일주일 넘었어요. 그리고 이건 육개월 됐고..., 하아~~~ 이거는 제약계의 조상이에요? 왜 이렇게 모셔놨어요? 무려 14년 전 약이에요. ㅜㅜ"
그럼 난 이렇게 응수한다.
"하루 남은 건 내일까지 먹으면 되네~. 일주일 넘은 건 잘 익혀서 먹으면 괜찮고, 육개월 된 건... 그거 뚜껑 안 딴 거면 먹어도 안 죽을 걸? 걱정되면 나 혼자 먹을게. 그리고 14년 된 약은 버려야겠다. 그게 왜 아직까지 있지? 줘봐~ 오래된 약 모아두는 통에다 갖다 버리게."
"아, 진짜 엄마 제발 그냥 다 버려요~ 아빠 아시면 난리 나요!"
"누가 아빠 알게 한대니? 슬쩍 먹고 치울 건데~^^"
"몰라요. 암튼 저는 그거 안 먹어요."
이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어머님 등장.
"내가 눈만 밝으믄 유통기한도 찬찬히 봐서 지난 거는 다 버릴 꺼신디 당췌 눈이 보여야 말이재. 자~알 했다. 나민이 니가 알아서 그런 거는 바로바로 솎아내거라. 여기도 뭔 약봉지가 아주 천지삐까리여~ 다 묵도 못할 약을 뭐하러 모셔놓냐. 약은 오래 된 거 묵으면 큰일 난께 싸게싸게 버려부러라, 잉?"
이렇게 할머니와 손녀가 짝짜꿍이 맞을 수가!
나만 깨갱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채반이 바로 요거다.
아래는 딸이 찾던 사각팬으로 만든 달걀말이.
요래 이쁘게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골고루 배부.
잔소리는 해도 음식은 잘 만든다.
생각해보니,
요리 모양내서 맛있게 잘 하는 것도 할머니 닮았네?
난 발만 네 개인 곰손이라 이렇게 이쁘게 못 만든다.
다행히도 할머니 유전자 가운데 좋은 것들이 딸에게 발현되었나보다. 딸의 많은 부분들이 작은고모 닮았다고 말하곤 했는데, 작은아가씨가 나이들수록 어머님을 닮아가니 이렇게 유전자가 그 힘을 발휘하네.역시나 피는 못 속이는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