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아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채식주의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한강의 시이다.
시인이 두 달 된 아기를 달래며 서른 넘어 안 사실을 난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
내 안의 내가 흐느낄 때,
누군가 고통으로 울부짖을 때,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
'왜 그래'가 아닌 '괜찮아'
이 말을 해줘야 한다는 걸.
2018년 11월 유튜브에 나와 많은 지지와 공감을 받았던 지하철 당산역 '포옹청년'처럼
억울하고 답답하고 쏟아낼 데가 없어
미친 듯 길길이 뛰는 사람을 진정시킨 것은
"왜 그래요? 그만 해요!"가 아니라
"괜찮아요" 토닥토닥.
앞이 보이지 않아 절망적일 때,
세상이 다 나를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을 때,
지나온 시간들에 겹겹이 후회만 쌓였다고 느낄 때,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 느낄 때,
더 이상 흘릴 눈물마저 메말라 버렸을 때,
나에게 해주는 말,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리모두에게 필요한 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