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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Sep 16. 2021

별 보러 계족산 다녀오는 길에

구월 텃밭일기 3

새벽 3시 반에 거실 창문을 여니

오리온 별자리가 똬악!

눈앞에 아주 선명하게 제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이 마침 깨어있었고, 휴가를 냈다니

가까운 곳에 별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침준비를 마쳐놓고 4시 반에 출발.


별도 보고 해돋이도 보게

식장산으로 갈까 하다가

고딩 아들 깨워서 아침 먹여야 하고

텃밭에도 들를 생각이라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해서

계족산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챙겨서

별 보러 남편과 새벽에 종종 가는 곳이다.


5시쯤 도착해

가장 어두운 곳을 찾다 보니

가로등이 없는 산 바로 아래 주차장으로 갔다.

계족산을 새벽에 오면 고라니를 마주치는데

이번엔 마을 쪽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


황토산책로가 보이는 산자락이라

산책로를 밝히는 가로등이 두 개 정도

좀 떨어진 곳에 있지만 주변 가까이엔

어떤 불빛도 없어서 별이 잘 보였다.


오리온자리는 물론이고

황소자리의 좀생이별(플레이아데스 성단)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도 보이고

북쪽으론 카시오페이아와 북극성

산에 일부가 가린 북두칠성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남쪽 하늘에 보이는 건

다 겨울철 별자리다.

아침이 가까운 새벽이라

겨울철 별자리가 벌써 이만큼 떠오른 것이다.

올여름엔 이상하게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를 제대로 못 봤다. 여름 밤하늘을 오래 쳐다볼 여유가 없었나?

은하수도 못 보고...

여름은 다 지나갔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커피 한 잔을 나눠마시며

남편과 별구경하면서 사진 찍어

누가 더 잘 찍었나 비교해보다가

계족산 황톳길 산책로를 오르는 등산객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는 5시 반쯤 텃밭으로 향했다.

월요일에 텃밭이웃에게서 얻은 레드치커리 씨앗도 심을 겸 버터헤드상추 씨앗에 물도 줄 겸.


 남편이 내게 준 제한시간은 10분.

10분 안에 후다닥 물 주고, 치커리씨 심고,

기다란 토란대 하나 꺾어서 왔다.

아침밥상에 올릴 육개장에 넣으려고 꺾은 건데

토란대 껍질을 맨손으로 벗기다가 팔이 슬금슬금 가려워서 이상하다 싶어 검색해보니 토란대에는 독성이 있어서 다듬을 땐 비닐장갑이나 고무장갑 끼고 해야 한단다. @___@;;;


이미 껍질은 다 벗겼고

팔은 무지 간지럽고

벅벅 긁다가 찬물에 열기를 좀 식힌 뒤

바로 아침 차리고 애 학교 보내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어느덧 붓기가 가라앉았다. 토란 다듬은 양이 많지 않아서 그만하기 다행이었다. 다음부터는 꼭 비닐장갑 끼고 다듬어야지.


동 트는 계족산
텃밭
생 토란대. 펌사진
아침해 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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