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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Sep 30. 2021

인생의 밀도를 채우는 방법

아이유

어느 순간에는 잠시 매무새를 다듬어야 해요.

[사는 게 정답이 있으려나?] 아이유 편의 제목이다.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아이유의 본명은 이지은이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IU로, 배우로 활동할 때는 이지은이란 이름을 쓴다. 예명 '아이유'는 "음악으로 나와 네가 하나가 된다"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2008년 앨범 《Lost And Found》로 데뷔 한 이후 <마쉬멜로우>, 임슬옹과 호흡을 맞춘 <잔소리> 등으로 인기를 얻었고, 2010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Real》의 타이틀곡 <좋은 날> 로 명실상부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또한 <호텔 델루나>, <나의 아저씨> 등 드라마와 <아무도 없는 곳>, <페르소나> 등 영화에서 배우로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매력적인 음색을 소유한 뮤지션으로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가수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유는 1993년생이니 15살에 데뷔해, 2021년 올해 벌써 14년차이다.

조용히 착한 일도 많이 하고,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유에겐 딱히 슬럼프라고 할 때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럴리가?!


내 인생드라마이자 아이유의 팬이 되게 만든 '나의 아저씨'를 찍을 땐 사실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 를 촬영할 때 정말 체력적으로 피폐하다 싶을 만큼 힘들어 도중하차할 뻔했는데, 의지가 되어준 김원석 감독님 덕분에 드라마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에서 일보다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가 많지만 힘든 마음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에서 아이유에게 원동력이 되어준 것은 늘 좋은 인연들이었다.

"겨울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그 무렵에 제가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어요. 한 번도 하던 일을 중간에 접은 적이 없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제가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다. 너무 죄송하고 배상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할 테니까 여기서 하차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저한테 미안하다면서 막 우시는 거예요. 제가 연기한 지안이의 쓸쓸함이나 외로움이 실제로 힘들어서 나오는 감정인지 몰랐다고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사실 촬영 중간에 빠진다는 것은 드라마 촬영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엄청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감독님이 강하게 반대해도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하다는 감독님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고 한다.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그 진심을 듣고 나니까 어떤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이분 때문이라도 끝까지 해내야겠다고 그때 결심하게 됐다. 이후로 감독님께서 현장 시스템을 맞춰주면서까지 아이유가 건강하게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 주셨고, 덕분에 작품을 완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외롭고 혼자였던 지안이, 그럼에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결국 편안함에 이른 지안이에게 위로 받았다며 <나의 아저씨>를 지금도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많다. 겨울에 시작한 촬영이 끝날 때쯤 봄이 오고 있었는데, 그즈음엔 신기하게 지안이를 연기한 아이유의 마음속에도 봄빛이 깃들고 있었다.

지안이를 통해 시청자도, 배우도 함께 위로받고 치유받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역시 명품드라마의 뒤에는 명품배우의 열연뿐만 아니라, 배려심 깊은 명감독의 꼼꼼한 손길이 있었구나 싶다.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아이유의 뛰어난 감각과 신념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면 라디오나 유튜브 추천 노래로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 자주 들려온다. 이 '가을 아침'이 처음 우리 곁을 찾아오던 날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었다.

https://youtu.be/ZDoH5dQ58ps


"성적과 매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어떤 노래를 원하는 순간에 듣는 것도 동등하게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가을 아침'이니까 아침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특히나 리메이크 앨범이었던 <꽃갈피 둘>은 성적보다도 옛날에 있던 명곡들을 우리 세대에 다시 한 번 듣고, 상기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더더욱 '듣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싶었던 아이유는 성적은 안 나오더라도 듣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아침에 음원 공개를 강행했다. 주변의 반대는 상당히 셌지만 결국 자신의 신념대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1위라는 지표보다 더 기뻤던 것은, 실제로 등굣길과 출근길에 선물처럼 공개된 이 곡을 들으며 가을 아침을 한껏 만끽했다는 청취자들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굳이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이미 입증된 안정적인 경로를 따라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굳이 변화하고자 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막상 관행에서 벗어나 이상적이고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기존 시스템을 바꿀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힘이나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손해를 조금 감수하더라도 금기를 깨고 변화를 시도해 준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

이것이 아이유가 인생의 밀도를 채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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