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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18. 2021

공주 최애전망을 찾았다

공주 동혈사

흥미진진 공주 블로그에서 소개받은 동혈사.

아들 시험기간이니 옆에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주말 동안 집에 꼭 붙어있다가, 햇빛도 좋은데 가까운 곳 잠시 바람 쐬고 오자고 해서 일요일 오후에 남편과 다녀온 곳이다.

절이 산 중턱에 있지만 바로 앞까지 길이 나있어 차로 편하게 갈 수 있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만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눈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그야말로 공주 최애전망이었다.  

공주시 의당면 월곡리 천태산(天台山) 중턱 계곡부에 자리한 동혈사는 백제가 수도를 웅진으로 옮긴 후 국가에서 조성한 석굴 사원으로 서혈사, 남혈사, 북혈사와 함께 성립된 사혈사 중 한 곳이다. 현재 다른 절은 다 없어지고 동혈사만 남아있다.


금당의 동쪽으로 우뚝 솟은 암산(岩山)의 중단부에 '혈(穴)'이 마련되어 있다. 이 '혈'은 최근까지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바닥면을 조사한 결과 온돌시설이 확인되었다. 그 위에서는 조선시대 암키와편이 발견되기도 했다. 후대에는 동철(銅)을 발굴하여 곳곳에 암혈이 생겼다 하여 동혈사(銅穴寺)로 혼용되어 사용한다.


원래의 동혈사(東穴寺)터는 동혈사 오르는 길 중간쯤에 동혈사지(東穴孝址) 표지판이 있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by 흥미진진 공주

산기슭에 4.5m 높이의 축대를 쌓아 2단의 축대로 이루어져 있고 대지를 조성한 후 세웠는데, 8동의 건물이 최근에 이르기까지 반복해서 사용된 것이 시굴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한다. 절터에는 조선 후기의 것으로 보이는 2동의 건물지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3층 석탑, 그리고 조선시대 부도가 발견되었다. 절터 뒷면 암벽에는 자연동굴 형태의 석굴이 남아 있다. 이 석굴에서 신라의 원효 스님이 수도를 하시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의 동혈사는 큰 법당(금당) 1동과 나한전이 자리하고 있다. 나한전의 왼쪽 앞으로는 고려시대 3층 석탑이 서 있고, 석탑 앞에 약사여래불이 암벽 위에 앉아 공주를 바라보고 있으며, 나한전 바로 뒤에 원효 스님이 수도하시던 석굴이 있는 암벽이 떡 버티고 있는데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동혈사 삼층 석탑은 탑신석과 옥개석을 각각 세 층으로 한 것은 일반적이지만 팔각형 기단 상부에 옥개석을 갑석처럼 놓은 점이 특이하다. 일층의 탑신석을 기준으로 하여 상부가 작아지는 비율을 보면, 이 탑은 원래 3층 이상의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탑 꼭대기층의 네모난 지붕 모양의 장식 위에 설치된 구슬 모양의 장식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두껍고 전형적인 낙수면의 형태와 두툼하게 표현한 전각부의 우동 등에는 고려 말 충청 지역 석탑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동혈사에서 가장 예스러운 느낌이 나는 석탑으로 공주시 향토문화유적 유형 제37호이다.

혈자리는 큰 법당에서 나한전 올라가는 계단의 왼쪽에 있는 바위 안에 있는데 따로 표시가 없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이 혈자리를 쌀 나오는 바위구멍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바위는 큰 법당 뒤에 있으니 잘 찾아보셔야 한다.

주지스님 말씀에 의하면, 옛날에 도력이 큰 스님이 동혈사에 계셨는데 어느 날 호랑이가 나타나 스님 앞에서 입을 쩍 벌리더란다. 왜 그런고? 하고 들여다보니 호랑이 입속에 짐승의 뼈 가시가 걸려있길래 그걸 빼주니 호랑이가 스님을 따라오라고 하여 데리고 간 곳이 이 쌀바위 앞이었다고 한다. 절 형편에 딱 맞게 쌀이 얼마간씩 나와서 끼니 걱정 없이 지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절 살림을 맡아보시던 공양주 보살이 마을에서 방문한 열댓 명 손님에게 대접할 쌀을 얻기 위해 구멍을 크게 넓히니 바위에서 피가 흐르더니 더 이상 쌀이 안 나오게 됐다고 한다. 이게 바로 전설의 고향에도 나왔다는'쌀바위 전설'이다. 그런데 세간에 이 내용이 와전돼서 스님이 욕심을 내어 구멍을 넓혔다가 쌀이 안 나오게 됐다고 잘못 알려졌다고 하신다.

그 외에도 주지스님은 나한전 뒤의 암벽에 석굴이 있어서 거기에서 원효 스님이 수도를 하셨다는 내용도 알려주시고, 나한전 앞에 계신 부처님은 약사여래불로 10여 년쯤 전에 새롭게 조성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셨다. 가까이에선 부처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씀드리니(내가 이 부처님 얼굴을 보자고 위험천만하게 부처님 앉아계신 절벽 꼭대기까지 걸어가서 봤는데도 측면만 겨우 보이고 정면은 볼 수 없었다. 정면 얼굴은 큰 법당 아래로 내려와서야 멀찌감치 보인다), 부처님의 얼굴이 공주를 바라보도록 배치해서 약사여래불의 치유의 손길이 공주 곳곳에 미쳐 평안하기를 바라는 불심이 담겨있다고 알려주셨다.

또 이 동혈사 주변의 암벽이 오랜 세월 풍화를 견디지 못해  바위 일부분이 뚝 떨어져 나오거나, 겉에서부터 조금씩 돌부스러기가 떨어지는데 나한전 뒤의 암벽은 20~30년 뒤쯤엔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고 암석 전문가들이 진단을 내리셨다고 한다. 그러니 동혈사의 온전한 모습을 보시려면 적어도 20년 안에는 가서 보셔야겠다.

 

계단의 낙엽을 쓰시느라 빗자루를 들고 계시던 스님께서 말씀을 다 끝내시고는 우리 부부에게 염주 팔찌를 선물해주셔서, 두 손으로 합장하고 감사히 받아왔다. 절에서 차 한 잔 하고 가시라고 권하시는 것은 종종 들었지만, 이렇게 염주를 주시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뜻밖의 선물로 더욱 좋은 인상으로 남은 동혈사, 조용한 사찰에서 명상에 잠긴 채 먼 산을 바라보는 것도 이 가을 멋진 힐링이 되리라 여긴다.    

* 주차장 아래 마련된 넓은 화장실은 지금 수리 중이다. 주차장 바로 옆에 나무로 만들어진 임시 화장실이 있는데 별로 들어가 보고 싶지 않은 모양새이니 이 점 참고하시길.


* 들어가는 입구부터 나올 때까지 순서대로

약사여래불
큰 법당 뒤 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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