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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4. 2021

금당실 병풍바위 위에서

예천 병암정

세 개의 정자를 품은 거창 갈계숲에 있는 정자 가운데 가장 안쪽에 있던 정자의 이름이 병암정이었다. 멋지고 운치 있는 예천의 병암정과 이름은 같지만 거창 병암정은 단촐한 분위기여서, 둘이 비교된다고 써놓고는 막상 예천 병암정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은 채여서 곧 쓴다 쓴다 하면서 이제야 쓴다.^^;;


* 갈계숲 글

https://brunch.co.kr/@malgmi73/23


예천 병암정은 초간정과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 가깝다. 계절별로 초간정 갈 때마다 시간이 되면 한 번씩 들르다 보니 봄과 여름 두 번에 걸쳐 갔던 곳이다. 초간정, 병암정 외에도 용문면 일대에는 고택과 종가가 제법 있다.


경북 예천에는 많은 고택과 사당 및 재향 건물들이 있다. 그중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용문면 일대에서도 물 좋고 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용문면 금곡리는 금당실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사괴당(四槐堂) 고택 주인이던 변응녕이 16세기 중엽에 정착하여 지형을 살펴보니 연화부수형이라 하여, 연못을 예칭하여 금당(金塘)이라고 마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용문사가 있는 매봉을 거쳐 흐르는 물과 국사봉에서 흐르는 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마을로, 물이 풍부하고 산천이 수려하여 많은 고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천 권씨 종가와 초간정, 예천 김씨 종가인 남악종택, 그리고 금곡리 금당실 마을이 10리 안에 모여 있으며, 금곡리의 배산인 말월봉 뒤편 하리면에도 고택들이 즐비하다. 예천을 지금도 '선비의 고장'으로 일컫는 이유가 이처럼 종가댁과 반가가 많고, 금당실 마을을 중심으로 규모가 큰 정자와 함께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덕이 아닌가 한다.

금당실마을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마을 초입에 있는 병암정(屛巖亭)이라는 정자다. 병암정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라는 뜻이다.

이 정자를 지은 이는 구한말 중인 출신인 "이유인"으로 그는 고종과 민비의 총애를 받아 경삼감사와 한성판윤, 법무대신의 요직을 지냈던 인물이다. 1900년 을미사변을 일으킨 일본을 규탄하는 시무15조를 올렸으며, 보부상단을 모체로 하여 발족한 사회운동단체인 공진회(共進會) 사건으로 1905년 구속되었다가 이듬해 석방되기도 했다.

건축가이기도 하였던 이유인은 1898년 낙향하여 이곳에 정자를 지었으며 원래 이름은 "옥소정"이었다. 이유인은 이곳에서 매일 고종을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귀양살이 도중에 죽음을 맞았고, 그 후 1920년 예천 권씨 문중에서 '옥소정'을 사들여 '병암정'이라 고쳐 불렀다고 한다.

병암정은 조선 전기 학자 수헌 권오복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장소이자,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 권원의 활동 거점이었다. 정자 건축에 적합한 입지 조건은 물론 바위, 연못, 석가산 등의 전통 조경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 19세기 후반 조경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


병암정은 북서쪽을 향하고 있는 커다란 병풍바위 위에 터를 잡고 있으며, 평면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ㅡ자형이고,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수로가 바뀌어 지금은 정자 앞에 연꽃이 만발하는 연못만 남아 있다. 이 연지를 끼고 솟을삼문에 들어서면 먼저 두 칸 규모의 마루가 있고, 온돌방, 그리고 중앙에는 대청을 꾸민 건물이 별도의 기와 담장으로 둘러져있다. 담장 너머에는 ‘정자들’이라고 불리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병암정은 금당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연못과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방향인 전면에 반 칸 물러 앉아 퇴칸을 꾸미고 좌측에도 퇴칸을 두었다. 정자 건물로는 비교적 큰 규모이며, 창방 위에는 소로를 받친 소로수장집으로 네모 기둥 위의 보아지는 외부로는 직절되고 안쪽으로는 구름 모양으로 초각이 있어 아름답게 꾸몄다. 특히 두 칸의 중앙 대청은 4분합 들어열개로 되어 있는 띠살 무늬 문을 달아 필요에 따라서는 문을 들어 천장의 등자쇠에 매달도록 되어 있다. 또한 띠살 무늬 교창을 상부에 달아 매우 조각적인 한옥 창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대청의 좌우로는 방을 두어 온돌방을 꾸며 놓았다.


병암정 아래 절벽에는 어떻게 저기 매달려 조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위치에 ‘병암정’이라는 글자가 반듯하게 조각되어 있다.

아래는 연지에 석가산이 있고 봄이면 버드나무의 연두빛 잎이 봄바람에 나부끼며 연지와 어울려 아름답고, 여름이면 각양각색의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나 매미 소리와 함께 시원함과 우아함을 느끼게 한다. 여름날 주변의 푸르른 버드나무와 연지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은 환상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그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조선 최고의 절세가인인 기생 황진이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장으로도 이용되었다.

예천에 가시면 초간정과 더불어 이곳 병암정도 꼭 함께 둘러보시길 추천한다. 가을엔 아직 안 가봤는데, 병암정을 둘러싼 숲과 연못 주위의 나무에 단풍 든 모습도 참 예쁘리라 믿는다.

* 금당실마을과 병암정 건물에 대한 설명은 [한옥의 미 /서정호]를 참고해서 썼습니다.

* 사진은 봄 여름 두 번을 가서 풍경이 섞여있어요


드라마 황진이에 나온 병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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