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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30. 2021

아들의 숨소리를 듣는 새벽

청소년 코로나백신 접종후기

금요일인 어제 오후 1:54에

동네 소아과에서 화이자백신을 맞은 아들.

의사선생님께

"주사 맞고 게임해도 되죠?"

라고 물으니

선생님이 웃으시며

"공부해~"

그러신다.^^

병원에서 상태 지켜보며

30분 기다리는 동안

주사 맞은 왼쪽 어깨가 좀 뻐근한 것 외엔

별 증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공부를 하다가

졸립다길래

한 시간 가량 재웠다.

영어학원 숙제하다가 잔 거라

마저 하고 가라고 학원 가기 한 시간 전에 깨웠다.

"엄마, 이 주사 부작용은 아무래도 잠이 오는 건가 봐요. 너무 졸려요."

잠에서 얼른 못 일어나길래 깨우는 내 손길을 피해 굴러다니던 아들이 겨우 잠에서 깨어 하는 말.

다행히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있거나 하진 않아서

숙제 마저 하고 학원에 갔다.

점심 때 급식을 많이 먹어 배가 안 고프다고 해서

간식만 조금 먹고 저녁은 다녀와 먹기로.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몸 안 좋으면

바로 오라고 그랬는데 다행히 수업 다 마치고

집에 왔다.

"주사 맞고나선 잘 먹어야 한대요."

하더니,

밥을 무려 두 공기 반을 먹었다.

한창 키 클 때 먹던 식성이 되살아났나?

잘 먹어서 이쁘다 여기고 달란대로 다 주었다.

이 기회에 많이 먹고 키 좀 더 크라고.

목표치에서 2cm가 오락가락이다.

저녁 먹고 나선

신나게 폰으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조금씩 어깨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아세트아미노펜 약을 한 알 먹게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하기 위해

거실에 있는 자신의 컴을 켜서

좀 하는가 싶더니 컴이 갑자기 꺼져버렸단다.

이럴 땐 누구?

바로 컴도사인 아빠에게 SOS!

아빠 지시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고치는 소리를 듣다가

난 졸려서 거실 한구석에 이불 덮고 누웠다.

아들이 요즘 거실에서 자니까

중간중간 상태 지켜보려면 나도 거실에서 자야지.

새벽 1~2시까지 컴으로 수행평가 자료 만들다

거실에서 자는 아들의 단잠을 위해서

이번 주 내내 새벽 글쓰기를 미뤘드랬다.

나의 새벽 글쓰기는

거실과 붙어있는 주방에서 이루어지는데

방이 답답하다고 거실에 나와 자는 딸이나 아들이 있을 때면, 부엌 베란다의 작은 불을 켜고 글을 쓴다.

그렇지만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 잠든 아들에겐 그 작은 불빛마저도 짧은 수면에 방해가 될까봐 부엌 식탁에 앉아 글을 쓸 수 없었다. (어쩜 글 쓰기 싫은데 마침 좋은 핑계거리였는지도^^;;)

"아들, 자정까지만 놀고 자야한다. 너무 오래 게임하면 안돼."

하고서 잠이 들었는데,

새벽 어느 땐가 깨보니 아들이 옆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얼른 이마부터 만져보니 열감은 없다. 다행이다.

계속 별 이상 없어야 할 텐데, 화이자는 맞은 첫날보다 이틀째가 더 힘들다니 내일까지 집에서 쉬게 하며 잘 지켜봐야지.

오늘 글은 아들의 백신접종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빠의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곤하게 자는 아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옆에서 폰으로 썼다. 간만에 블루투스 키보드 없이 긴 글을 썼군.^^


* 사진은 아들과 병원 가는 길에 만난 동네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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