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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1

아자개장터와 가은역

문경 구석구석 탐험 1

늦여름에 담배꽃을 보는 행운을 누렸던 곳은

문경 아자개 장터와 가까운 마을이었다.

아자개장터를 구경하고 오던 길에 담배꽃을 만났더랬다.


아자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언뜻 누구 이름인지는 아리까리한 이름일 테다.

아자개는 후백제의 왕 견훤의 아버지로 성은 이씨이다. 아자개는 한자로 ‘阿慈介·阿慈个·阿字蓋’라고도 쓰며, 다른 이름은 원선(元善)이라고 한다.


아자개는 경북 상주 가은현(加恩縣) 출신으로 상주지방에서 농사를 짓다가 사불성(상주)을 근거로 세력을 일으켜 장군이 되었다. 견훤이 후백제를 세운 후에도 계속 상주지방에서 웅거하다가 918년 고려로 망명하였다.


아자개가 태어난 가은현이 지금 문경의 가은이다. 문경시 가은읍 가온3길 17 (가온 왕능리 275-51)에 위치한 아자개장터는 가은시장이라고도 불렀으며, 지금은 합쳐서 '가은아자개장터'라고 명명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시장을 형성해 오다가 1981년 정식으로 시장 개설허가를 받았다. 문경시에서는 다소 외딴 곳이고 광산촌을 끼고 있어 독립된 시장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 80년대초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의하여 이곳의 광산이 폐광되면서 그 시장 기능도 다소 쇠퇴하게 됐다.


하지만 2011년 체험형 문화관광시장으로 재개장하면서 현재의 아자개 장터는 상인과 지역민, 관광객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구 가은역 옆으로는 '칙칙폭폭 가은역 꼬마열차'가 운행되어 귀여운 꼬마손님을 태운 기차가 뱅글뱅글 철로를 돌고, 저쪽 뒤로 더 가면 문경 에코랄라가 있다.

문경 에코랄라는 문화콘텐츠 테마파크이다. 석탄박물관, 에코타운, 자이언트 포레스트, 가은 오픈세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강점기 시기에 개발되었다가 1994년 폐광된 은성탄광을 재개발하여 1999년 5월 20일 개관한 석탄박물관과 사극 촬영을 위해 2006년 조성된 가은 오픈세트장을 포함하고 녹색문화체험관인 에코타운과 야외체험시설인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추가 조성하여 2018년 에코랄라로 통합된 곳이다.


가은 오픈세트장은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된 고구려궁, 신라궁, 안시성, 요동성, 마을, 시장 등으로 구성된 세트장으로 사극 촬영지로 사용되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드라마 〈연개소문〉, 〈대왕세종〉, 〈왕녀 자명고〉, 〈천추태후〉, 〈선덕여왕〉, 〈계백〉, 〈근초고왕〉, 〈광개토대왕〉, 〈뿌리깊은 나무〉, 〈대왕의 꿈〉 등과 영화 〈군도〉, 〈정도전〉 등이 가은 오픈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에코타운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문화, 친환경 농법 등을 조망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VR 및 각종 체험형 전시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이언트 포레스트는 9개 주제로 구성된 실외 체험형 전시 및 놀이공간이다.


우리가 갔던 날에도 아자개장터엔 별로 사람이 없었는데, 에코랄라 앞엔 엄청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있어 깜짝 놀랐는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자개장터는 대야산 등 심산에서 채취되는 다양한 산채가 많이 출하되고 있으며 특히, 철따라 송이, 고사리, 더덕, 두릅, 참나물 등이 풍부하게 나오고 뒤어 나물거리 사기엔 적격인 곳이다. 특별히 필요한 나물이 없어 시장구경은 따로 하지 않고, 아자개장터 맞은편에 있는 구 가은역을 열심히 구경했다. 군위 화본역 다음으로 오랫만에 보는 간이역사로 국가등록문화재 제304호이다.

가은역은 1956년 은성역이라는 이름의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1959년 가은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55년경에 건립한 역사는 출입구에 박공지붕을 올리고 측면에 대합실을 배치한 당시의 전형적인 간이역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입구 양쪽으로는 기다란 수직 창을 배치했다. 이후 폐역이 되어 주거지로 용도가 바뀌면서 건립 당시의 원형이 다소 훼손되었다고 한다.

석탄 산업과 관련된 역사로 희소 가치가 있으며 8·15광복 이후 건립한 철도 역사의 건축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건축적·철도사적 가치가 있는 구 가은역은 현재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카페가 임시휴무여서 내부까지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추석 이후에 재개장한다니 지금쯤은 성업중일 것이다.


아자개장터 주변엔 깔끔하게 단장한 식당도 많고,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노포도 눈에 띄었고, 아자개빵이란 지역고유의 빵을 파는 빵집도 있으니 먹거리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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