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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an 29. 2022

호랑이 말고 늑대

진짜 임인년은 2월 1일부터

어제는 새벽부터 바빴다.

이틀 전 어머님께서 13일만에 퇴원하시면서

외래진료가 아침 8시 40분에 잡혔는데,

한 시간 전에 도착해 피검사를 하셔야 해서

병원에 7시 40분까지 도착해야만 했다.


3시 반에 일어나 글 써서 올리곤

6시부터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6시 반에 어머님과 함께 먹은 뒤,

7시 즈음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운전하고 가다가 아침 먹기 직전에 올린

글의 확인 차원에서 어머님께 여쭈었다.


"어머님, 전에 말씀해줗신 그 엄마 자고 있는 품에서 애기 물고 간 호랑이 이야기가 여름에 있었던 일 맞지요?"


"이잉~ 그거? 여름은 맞는디 호랭이가 아니라 늑대였어야. 내가 헷갈려부렀다."

호랑이 이야길 해주신 때가 병원 입원하시기 얼마 전이었던 정초였다. TV에 호랑이 나오는 거 보면서 해주신 이야기니까. 그때는 어머님 몸상태가 안 좋으시고 두통에 시달리시던 때라 호랑이를 늑대로 잠깐 헷갈리셨다가, 전해질 수치 정상으로 돌아오시고 어느정도 회복이 되시고나니 이제야  제대로 기억이 나신 모양이다.^^;;


"엥, 늑대요?"


"옛날엔 늑대들이 논이고 밭이고 어슬렁어슬렁 개처럼 돌아댕겼응께. 내가 호랭이는 못 봤어도 늑대는 봤재."


"늑대가 개과니까 개랑 비슷하게 생겼을 텐데 어떻게 늑대인 줄 바로 알아요?"


"그랑께 그걸 어뜨케 알아보냐믄, 개는 꼬랑지가 똥꼬 위로 바짝 올라간 채로 돌아다니거든? 그란디 늑대는 꼬리를 엉덩이 아래로 착 내려트리고 댕겨. 그랑께 멀리서 봐도 갠지 늑댄지 바로 알아보재."

"아~ 그런 차이가 있군요!"


"여름 저녁에 마당에다 멍석 피고 잘라고 하믄, 할머니가 노상 말씀하셨니라. 쩌어기 이찬이네 아들이 늑대한테 물려갔더란다. 그랑께 니들도 마당에서 절대 자지 마라잉? 하고."


"음... 그러셨구나. 이찬이네 아들이 늑대한테 물려간 거였네요. 그나저나 애기 잃어버린 엄마는 그것만 해도 힘들 텐데, 주위 사람들이 애기 물어가도 모르게 잠이나 잤다고 하면서 뭐라 해가지고 더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랬겄재. 뜨건 여름에 하루종일 일하고 애기 젖물리면서 누웠으니 얼마나 고단했겄냐? 그랑께 늑대가 애를 빼가도 모르재. 안 봤응께 모르재만 늑대가 애기 물어가도록 잠이나 퍼질러 잤다고 사람들이 입방아를 엄청시리 찧어댔을 것이다."


"이래저래 그 엄마는 평생 가슴에 돌덩이 안고 살았겠네요. 그 뒤로 또 애기를 낳았을까요?


"아들 하나 잃었다고 애기 안 낳았겄냐? 또 낳고 살았겄재. 그라고 또 애면글면하면서 키웠겄재. 엄마들이 그라고 애씀시롱 키워놓으믄 지들은 지가 잘나서 지 혼자 크는 줄 알어야."


"자기도 애 낳고 키워봐야 엄마 속을 알지요. 저도 그랬는 걸요. 근데 예전엔 애기가 죽으면 돌무덤을 쌓았다고 하대요?"


"손에 흙 안 묻힌다고 항아리에 애기를 넣어서 묻고

돌무더기를 쌓아올려서 무덤을 만들었재. 나 어릴 적에는 그런 돌무덤들이 산에 즐비했어야. 여우나 늑대나 그런 것들이 못 파먹게 할라고 그랬는디, 누가 봉께는 여우가 돌로 그 항아리를 깨더란다."

"여우가요? 누가 그걸 봤대요?"


"옛날엔 여우나 늑대나 먹이 찾느라 개처럼 사방을 돌아댕겼는디, 여우 고것이 항아리에 들어있는 애기를 먹을라고 그라고 있는 것을 마을사람이 지나가다 봤재."


"여우 머리가 좋긴 좋네요. 그런 머리를 다 쓰고~."

"그라고 흔했던 것이 여우랑 늑대였는디, 인자는 하나도 안 보이더라?"



"일제시대 때 유해동물이랍시고 다 총으로 쏴잡아서 죽여버렸잖아요. 그때 씨를 말려버려서 이젠 한국토종 늑대는 남아있지도 않대요. 호랑이도 그렇고."


"그랬다냐? 어이구~ 아무리 그래도 다 잡아죽이믄 안 되재. 그것들도 살라고 애쓰는 목숨붙이들인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

어느덧 병원. 도착시각은 7시 35분.

피검사 마치고 진료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진료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외래진료는 9시부터인데 병동에서 잘못 알고

시간을 8시 40분으로 잡았다는...


그래서 결국 9시까지 기다려서야 진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혈압도 안정권, 전해질 수치도 좋으시고, 다소 떨어졌던 칼륨 수치도 정상으로 올라가서 약 하나는 끊고, 소금은 따로 안 드셔도 되고(식사 때마다 소금 한 봉지씩 드셔야 했다), 전해질 관련 약만 두 알 드시면서 3주 뒤에 다시 보기로.


그때도 피검사하시고 상황 보면서 약을 조절해가기로 했다. 아마 약은 한동안 계속 드셔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냐 싶다.


음력으로는 2022년 1월 31일까지 신축년이다.

2022년 2월 1일에 음력으로도 진짜 임인년 새해부터는 부디 아프시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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