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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Feb 21. 2022

눈 오는 날 다시 찾은 김명관 고택

정읍 가볼 만한 곳

김명관 고택을 처음 찾은 건 2021년 늦여름이었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에 갔다가 지근거리에  책 '한옥, 보다 읽다'에서 봐 둔 김명관 고택이 있길래 내비양의 도움을 받아 갔지요.

알고 보니 이곳은 배우 조정석이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이 되어 열연했던 드라마 '녹두꽃'(2019년 작품) 촬영지이기도 했답니다.

2022년 2월 6일 임실과 정읍에 소담하니 눈이 내리던 날 김명관 고택의 설경이 궁금해 다시 찾았답니다.

처음 방문했던 2021년 9월엔 안채 지붕을 보수공사 중이어서 고택 소개문에 설명된 안채 부엌의 특이한 배치를 직접 보진 못 했어요. 고택 바로 옆에 김명관 둘째 아들의 집도 9월까지 보수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밖에서만 봤는데, 이번엔 보수공사가 다 끝난 뒤라 들어가서 볼 수 있었어요. 작년엔 고택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고택을 차분하게 감상하기엔 다소 어수선했지만, 이번엔 공사가 다 끝나서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고택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전라북도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있는 김명관 고택은 김동수의 6대조인 김명관이 조선 정조 8년(1784)에 지은 집으로, 국가 민속문화재 제26호예요. 흔히 아흔아홉 칸 집이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양반집으로, 조선 중기 상류층 주택의 면모를 잘 갖추었어요.


김명관 고택은 후세에 보수하거나 개조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왔고, 주변과 조화를 이룬 모습에서 균형미가 드러나지요. 처마의 흐름이나 기둥의 배열이 소박하면서도 세련되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김명관 고택은 창하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동진강 상류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 동남쪽을 향하여 자리 잡고 있는데요, 한양에서 내려온 김명관이 청하산 아래 명당을 골라 10여 년에 걸쳐 이 집을 완공했다고 해요. 대문 앞쪽으로 30여 평의 연못을 만들었는데, 이 연못이 또 볼 만하지요. 현재 주차장 화장실 바로 옆에 있어요.

여름과 겨울의 연못 풍경

고택 앞의 정원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지금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이 된 소지집(노비가 기거하던 집)이 있고, 녹두꽃 촬영지라는 표지판과 고택 설명판을 보고 나서 긴 담장을 따라 가면 솟을대문이 나와요.

김명관 고택은 대지 중앙에 ㄷ자집 형태의 안채와 중문간채가 튼 ㅁ자집 형태로 자리 잡고 있고, 안채 남쪽에 일(一)자형 별당채, 북쪽에 작은 사당이 있어요.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좁은 마당이 나오고 중문을 거치면 바깥 행랑채가 나와요. 다시 바깥 행랑채의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아담한 사랑채가 보이고, 안쪽 행랑채의 대문을 들어서면 집의 구조가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중문간채 동쪽에는 사랑채가 있고 그 남동쪽으로 문간채가 있어요. 사랑채는 이 집에서 가장 화려한데 부엌이 독립되어 특이하다고 해요. 김명관 고택은 참 특이한 게 많지요?^^

사랑채 뒤의 북쪽에 사당이 있는데요, 작년엔 이 사당도 문이 잠겨있어서 못 가봤는데 이번엔 문이 열려 있어 구경할 수 있었답니다. 사당은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드리는 곳인데요, 맞배지붕의 홑처마로 되어 있으며 유일하게 두리기둥을 사용하였어요. 김명관 고택의 다른 건물들은 사각기둥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사당을 둘러본 뒤,

드디어 그토록 보고 싶던 안채에 왔어요.

안주인이 기거하던 안채는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 양측이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좌우에는 큰방과 작은방, 양측에 부엌을 배치하여 큰방은 시어머니, 작은방은 며느리가 기거하였다네요. 안채는 좌우 전면의 돌출된 부분에 부엌이 배치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해서 궁금했는데, 이번에 그 궁금증을 해결했답니다. 시어머니가 동쪽 방을 쓰고, 며느리가 서쪽 방을 썼던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시어머니가 거처하는 쪽의 부엌이 큰 부엌이고, 며느리 쪽 부엌은 작은 부엌이었어요. 나뭇결이 살아있는 나무문과 연기 빠져나가라고 만든 살창이 어릴 적 고향집의 부엌을 떠올리게 해 주었답니다.

특히 안채는 방문을 열어두어서 대청마루를 걸어 들어가 안채의 독특한 방배치라든지, 방안의 작은 문들을 통해 지붕으로 이어진 다락방과 자자분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는 손바닥만큼 작은 창고방의 쓰임새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저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사람이 한옥에 산다면 이렇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안채를 구경하고 난 뒤, 작년에 못 본 김명관 둘째 아들의 집도 가보았는데요. 이 집도 상당히 규모가 크고 넓더라구요. 그리고 이곳은 한옥스테이처럼 고택문화체험관을 운영하고 있어서 방마다 창호지문 바깥에 비닐을 씌우거나 유리창문으로 바꿔서 보온에 더 신경을 쓴 모습들이 보였어요.

다만 아쉬웠던 것은 담장 너머 마을 저편에 축사가 가까이 있어서 축사 냄새가 고택 안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정갈한 고택에서 지저분한 분뇨 냄새가 계속 난다는 것은 꽤나 심각한 문제라고 여겨요. 겨울에도 이 정도면 봄, 여름엔 얼마나 심할까 싶구요.

고택 관리하는 데만 해도 1년에 예산이 꽤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고택 자체만 관리할 게 아니라 주변에 냄새를 풍기는 시설이 있다면 이 시설들도 관리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답니다. 이 냄새 때문에 고택의 격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정읍시에서는 이 부분을 꼭 시정하면 좋겠어요. 우리의 전통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고택이 지저분한 냄새로 인해 평가절하되어선 안 되니까요.


* 2021년 9월에 찾았던 김명관 고택 이야기

https://brunch.co.kr/@malgmi73/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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