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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Feb 23. 2022

백화산 둘레길 걸으며 봄맞이하세요!

충북 영동 여행

여름이었던 작년 7월에 월류봉 둘레길 가운데

2구간인 산새소리길을 걸었고,

겨울인 올 2월에 3구간 풍경소리길과 이어진
백화산 둘레길을을 걸었어요.

연장 8.3㎞인 월류봉 둘레길은 총 3구간인데요,

1구간 여울소리길(2.6㎞)은 월류봉 광장 - 원촌교 - 석천돌길 - 완정교, 2구간 산새소리길(3.2㎞)은

완정교 - 백화마을 - 우매리, 3구간 풍경소리길(2.5㎞)은 우매리- 반야사랍니다.

세 구간 가운데 풍경소리길은 가장 짧은 코스인데, 우리 부부는 풍경소리길이 끝나는 지점인 반야사 맞은편 백화산 아래 석천을 끼고 도는 백화산둘레길을 1시간 가량 걸었어요. 그 한 시간만으로도 봄맞이 느낌을 완전 만끽했답니다.

해발 933m의 백화산은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바위가 많고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산이랍니다. 백화산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반야사 입구에서 오르기도 하지만, 낙타등과 같은 능선을 하고 있는 경북 상주시에서 오르는 사람도 있다네요. 실제 '백화산 둘레길'로 검색하면 상주가 먼저 뜨더라구요. 반야사쪽 산중턱에는 "저승골" 이라 불리는 협곡이 숨어 있어 모험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라고 해요. 우리는 등산을 할 게 아니라서 백화산 둘레길만 조금 걸었어요.

먼저 월류봉 둘레길의 시작인 월류봉부터 알현하기로 했어요. 바람이 제법 부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구요. 그중에서도 월류봉 광장에서 마주친 중년여자분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기억에 남아요. 남편에게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하셔서 그분들 단체사진도 찍어드리고, 하하호호 웃으시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았는데요, 공기 맑은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답니다.

월류봉의 겨울풍경을 사진에 담은 뒤 반야사로 갔답니다. 반야사 가는 길에 2구간에 있는 빨간 목교(우리는 이 다리가 샤론교회 뒷편에 있어서 '샤론다리'라고 불러요^^)에 눈길 한 번 주고,

반야사 주차장에 차를 댄 뒤 극락전 앞의 500년 된 배롱나무가 한겨울에도 안녕한지 안부인사를 한 뒤 절 입구의 징검다리를 건너 백화산 둘레길로 갔답니다.


반야사를 세 번째 찾았는데도 징검다리 너머 백화산쪽 산길을 가볼 생각을 그간 못 했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이 길은 참 좋았어요. 야자매트가 깔린 길도 있고, 돌길도 있고, 고운 강모래가 그대로 드러난 부드러운 길도 있어서 길의 종류대로 걷는 맛이 달라지는 묘미가 있더라구요.

무엇보다 봄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좋았어요.

우리가 갔던 2월 19일은 절기상 우수라 눈이 녹아 비가 되는 날임에도 월류봉 앞은 너무 추워서 풍경사진만 몇 장 찍고 후다닥 차로 들어와야 했는데, 반야사 맞은편의 백화산 둘레길은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했답니다. 백화산의 이쪽저쪽 차이인가 싶더라구요.

석천을 하얗게 얼렸던 얼음이 조금씩 풀리며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돌돌돌 나고, 강가엔 보송보송한 버들강아지가 봄소식을 알리고 있었어요. 반야사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멀어서 잘 안 들렸지만, 백화산 둘레길에선 봄이 오는 소리를 온몸으로 들을 수 있었답니다.

이 길을 걷다보면 반야사에서 보이는 돌호랑이의 실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랍니다.

길 중간쯤, 산에서 흘러내린 커다란 돌무더기가 앞에 보이는데요, 이게 바로 반야사 경내에서 보면 커다란 호랑이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에요. 백화산 기슭에서 긴 세월동안 흘러내린 돌무더기가 주변에 있는 나무들과 경계를 이루어 마치 포효하는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어 '반야산 호랑이'라 불리지요. 이곳은 반야사의 대표적인 명소중 하나로, 나뭇잎이 무성한 여름철에 백화산 반야사에 살고 있는 호랑이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해요.  

돌이 마치 강물처럼 흘러내린 모습이 밀양 만어사의 경석들을 떠올리게 해서 혹시 이 돌도 두드리면 소리가 나나? 하고 작은 돌멩이를 들고 쳐봤는데, 탁탁 소리만 날뿐 만어사처럼 둥 딩 뎅~ 하는 소리는 안 들리더라구요. 대신 평평하고 자잘한 돌들이 많아서 돌탑을 쌓기엔 안성마춤이라 가족의 건강과 코로나가 어서 물러가기를 바라며 돌탑을 몇 개 쌓았답니다.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 석천  위 높다란 절벽 위에 문수전이 올라앉은 모습이 보이는 맞은편까지 갔어요. 2년 전 여름 문수전에서 내려다보았던 백화산 풍경을 이번엔 반대편 둘레길에서 올려다보고는 슬슬 되돌아나왔답니다.

길 중간에서 만난 산악인들이 "안녕하세요~?"하며 건네는 인사가 정다웠던 백화산 둘레길. 얼음장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버들강아지도 만져보고, 따스한 햇살도 느낄 수 있는 백화산 둘레길로 봄맞이하러 떠나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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