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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2. 2020

운여 해변에서 번지점프를 하다

충남 태안 바닷가

운여해변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그럼 무슨 상관이여?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 서인우(이병헌)와 인태희(이은주)가 

해변가 솔밭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곡에 맞춰 멋진 춤을 추던 

아름다운 장소와 관계있다.

그럼 그 영화 촬영지가 거기여?

그것도 아니다. 

사실 그 장소를 촬영한 곳은 태안 갈음이해수욕장이지만 

난 안면도 운여해변이 먼저 떠오른다. 

오래전 어느 광고에서 운여해변 솔섬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하나 때문이다.
뭐여? 낚인겨? 미안하다... 맞다!


운여(雲礖)는 '앞바다가 넓게 트여 파도가 높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이 장대하여 마치 구름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운여해변은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초여름에는 은하수를 볼 수도 있으며, 안면도는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아무 곳에서나 야영 취사를 할 수 없는데 운여해변에는 캠핑장이 있어 마음 놓고 자연을 즐기며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사진작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작은 해변이다.


해변길을 따라 바로 옆 해송이 자리 잡고 있는 운여해변에는 소나무가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방파제가 있다. 만조 때에는 방파제 안쪽으로 바닷물이 가득 차 방파제가 마치 '섬처럼 보인다' 하여 솔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일몰과 낙조와 밀물때가 겹치는 귀한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파제로 바뀐다.


내가 매료된 사진도 바로 딱 이 순간에 찍힌 사진이다. 한동안 카톡 프사 배경화면으로 쓸 정도로 애정했다. 

불행히도 내가 처음 운여해변에 갔을 때는 한겨울이라 바닷물이 꽁꽁 얼어있어서 못 보고(덕분에 신나게 얼음썰매를 탔다), 이번에 갔을 때는 썰물 때라 보지 못했다. 


대신 물 빠진 바다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해루질하는 사람들 구경을 했다. 매우 볼만 했다. 복장과 채취용 기구들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들이 물 빠진 해변을 따라 떼 지어 있다가 개불이랑 다양한 조개류들을 커다란 바께쓰에 가득 채취한 뒤, 솔섬에서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흘러가는 수로에서 뻘을 씻어 손질하거나 망에 넣고 해감을 했다. 우리는 멀찌감치서 구경만 하다 사진만 몇 장 찍고 왔다.

운여해변은 태안 해변길 7코스 중 일부로 백사장은 지극히 고운 규사로 되어있다. 서천 춘장대 해수욕장 모래도 상당히 고운 편인데, 그곳보다 더 고와서 놀랐다. 모래를 손으로 잡는 순간 손가락 사이로 슬슬 빠져나간다. 규사는 유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라 한국유리의 규사 채취장이 이곳에 있다고 한다.


솔향이 은은하고 노을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운여해변, 처음 찾았던 한겨울에는 거의 아무도 없어 그 생각하고 왔다가 해루질하러 온 사람들과 캠핑족들이 많아 다소 놀라긴 했으나 마스크 잘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충분히 하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제가 찍은 사진은 그닥 이쁘게 나오지 않아서 아래 올린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 펌입니다. 

  

* 운여해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태안군 공식블로그를 참고했습니다.
https://m.blog.naver.com/taeanblog/22187578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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