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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6. 2020

삼도천 터널 지나 청풍호반!

호텔 델루나 촬영지와 제천 맛집

서늘함을 들인다는 납량특집도 아닌데, 귀신들이 드글드글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 

호텔 델루나.

2019년 여름을 달궜던 이 드라마를 2020년 여름에야 정주행했다. 남편은 드라마가 한창 방영중이던 작년 여름에 보구서, 여름휴가 다녀오는 길에 드라마 주요 촬영장소인 '목포근대역사관'까지 갔다왔더랬다. 나도 멋모르고 따라갔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겉에서만 좀 보구 들어갈 생각을 안 했는데, 그땐 별관심이 없다가 이제야 불이 붙었다. 


얼마 전에 인상 깊게 봤던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의 연기에 반해 뒤늦게 이 드라마도 찾아보게 된 것이다. 화장끼 없이 메마른 아저씨의 이지안과 달리, 델루나에서는 호텔 사장 장만월 역을 맡아 아주 패셔너블하게 나와서 눈호강을 시켜준다고 하니 호기심도 생겼다. 


과연 매 장면마다 바뀌는 화려한 의상에 귀걸이 목걸이 반지 같은 장신구와 인조손톱, 핸드백, 슈퍼카까지 보는 것만으로 여성들의 사치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내 눈을 더 크게 잡아끈 건 호텔에서 잘 쉰 귀신들이 저승으로 향하는 'To Heaven'이란 번호판을 단 까만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삼도천 터널이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놓인 곳.


도대체 어디서 찍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천의 한 산중이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원박리 154번지. 내비 찍고 찾아가다보니 드넓은 옥수수밭이 한쪽으로 펼쳐지고, 다른 한 쪽엔 원박천이 졸졸 흐르는 시골길인데,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어서인지 길에 풀들이 가득했다. 

맞게 가는 건가? 하면서 꾸역꾸역 내비가 알려준 대로 나아가니 드디어 삼도천 터널 도착. 우리가 간 방향은 드라마에서 삼도천 터널의 반대쪽이었다. 오른쪽에 전원주택 한 채가 있어서 아무래도 이쪽에서 드라마를 찍기엔 앵글 맞추기가 힘들었겠다. 


50m쯤 되는 터널을 지나가니 반대편이 바로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삼도천 입구였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터널 오른쪽으로 폭포수가 장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굴 천정에서도 물이 비오듯이 뚝뚝 떨어져내려서 바닥에는 드라마에도 늘 등장하는 흥건한 물구덩이 있었다. 

터널 앞에 차를 세워두고 터널 이쪽저쪽을 살피며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는데, 워낙 짧은 터널이라서 그닥 볼 게 많지는 않았다. 원래 이 터널은 두 마을을 잇는 역할을 하던 것이라는데, 이 시골 구석에 잘 알려지지도 않은 터널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신기했다. 델루나 촬영지라는 표식도 없고, 하다못해 드라마 촬영 시 소품으로 쓰인 삼도천 표지판도 없어서 우리처럼 드라마를 보고 찾아온 사람 외에는 이곳이 어떤 곳일지 알기가 힘들었다. 덕분에 아무도 찾지 않는 터널을 남편과 나, 단둘이서만 30분 넘게 호젓하게 구경하며 산책할 수 있어 좋았다. 

터널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일제시대쯤엔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 찾아보니, 영화 '덕혜옹주'에서 일본에 머물고 있던 영친왕을 망명시키는 장면이 촬영된 곳도 여기 제천 원박리 터널이라고 한다.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도 잠깐 나왔던 듯)

제천까지 와서 여기만 보고 가기엔 아쉬워서 주변에 갈만한 곳을 찾아보니 탁사정, 배론성지, 청풍호반이 있어 이곳들을 둘러보다가 배가 고파 블로그 뒤져서 찾아간 맛집이 의외로 좋아서 시간을 할애해 꼭 소개하고 싶다.

청풍랜드 너머 청풍대교 지나서 먹자골목이라 할 만한 마을에 있는 '밥상 위의 보약 한 첩'이란 식당이다.(충북 제천시 청풍면 배시론로 40) 향토음식 부문 대상을 받을 정도로 솜씨 좋은 요리사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더덕삼겹살구이가 나오는 점심특선이 1만 2천원, 수수찰떡갈비가 나오는 밥보정식이 1만 5천원, 소불고기전골이 나오는 밥보스페셜이 2만원, 수수찰떡갈비와 장어구이가 나오는 보약한첩이 2만 5천원이다.

우린 떡갈비가 먹고 싶어서 밥보정식을 시켰는데, 조미료없이 건강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제철 밑반찬 열 가지에 표고탕수 꽁치구이 우렁된장과 쌈채, 된장찌개까지 순식간에 한 상 가득 차려져나왔다. 우리가 좀 한가한 시간에 가긴 했지만 스피디한 상차림에 놀랐다. 반찬 하나하나 정갈한 용기에 담겨져 나오고, 먹어본 적 없는 독특한 나물도 있었고, 쌈채도 아주 다양하고 싱싱했다. 몸에 약이 되는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식후엔 원두커피까지 마실 수 있어 기분좋은 마무리까지! 

사장님이 부지런하셔서 틈틈이 가게 앞의 작은 꽃밭도 열심히 가꾸시어 예쁘고 향긋한 나리꽃도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직접 담근 장아찌랑 오미자 매실 원액 제천 황기 등도 입구에서 판매중이라 필요하시면 구입하셔도 좋을 듯 하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또 찾고싶은 참 괜찮은 맛집이었다. (식당 전화번호가 중간에 한 번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도 처음에 블로그에 나온 전화로 걸었더니 결번으로 나와서 당황했다. 밥상위의 보약한첩 : 043- 652-2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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