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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n 13. 2022

말 조심하세요~ 예천 말무덤

예천여행

강진의 양건당 애마지총을 소개하며 잠시 언급했던 예천의 말무덤을 오늘 살펴볼까 한다. 이 말무덤은 진짜 말(馬)이 아니라, 사람의 말(言)이다. 따라서 한자로 하면 언총(言塚)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조심하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무덤이다.  


위치 :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156-1

입장료, 주차료 없음.



말무덤 표지판이 있는 대죽리 마을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쌍호재각 위의 오르막길을 200m 올라가면 말무덤 뒤에 정자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처음엔 쌍호재각이 말무덤인 줄 잘못 알고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길가 밭 뒤쪽으로 일반적인 무덤보다 크게 지어진 말무덤은 400~50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죽리는 옛날부터 각성바지(성이 각각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 사소한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문중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자 마을 어른들이 원인과 처방을 찾던 중 지나가던 과객이 예방책을 일러주었다.


대죽리를 둘러싼 야산의 형세가 개 주둥이 모양이어서 ‘주둥개산’으로 불렸다. 마을 사람들은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 바위를 세우고 사발 하나씩을 가져와 싸움의 발단이 된 말을 뱉어 사발에 담아 주둥개산에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이렇게 말무덤을 만든 뒤부터 마을이 평온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말무덤의 표지석이 설치된 것은 1990년이고, 말무덤 주변에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쉿!'하는 모습의 조각상과 말에 관련된 격언들을 새긴 돌들이 말무덤 입구와 주변에 세워져있다.  

이 말무덤의 효험이 얼마나 큰지, 말무덤을 몇 해째 찾아왔으나 한 번도 이 동네 사람의 말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정말 조용한 동네이다. 대죽리는 '한대마을'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을지도를 보니 매죽헌, 퇴계외가터, 만죽정, 유일한박사생가, 영모정, 쌍호재각 등 마을 안에 가볼만한 곳이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경상북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걷는 '경상북도 신도시둘레길'의 한 구간으로 17.6km에 이르는 '옛고개 신도시길 4구간'이다. 시간여유가 된다면 구담교와 말무덤을 거쳐 선몽대, 오천리 등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예천의 산과 들을 느껴볼 수 있겠다.

6월 초에 찾았을 때는 마침 말무덤 앞의 이모작을 하는 논에서 키우는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논에선 연두빛 모가 자라는 모습이 대비되며 초여름의 싱그러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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