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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3. 2020

정월 대보름맞이

보름 풍속 1

* 새벽에 딸과 함께 산책을 나섰더니 서쪽 하늘로 부지런히 달려가던 보름달이 환한 얼굴로 반기더군요. 문득 정월 대보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올해의 재액이 아직 남았다면 부디 모두 데불고 가시길~ 달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정월 대보름 행사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보름밤 서천의 한 시골에서는 달집태우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높이 쌓인 나뭇단이 노랗고 뻘겋게 타고 있는 가운데, 농악패들이 북과 장구와 꽹과리를 치고, 아이들은 깡통에 담긴 숯을 돌리며 쥐불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월대보름 하루 전을 그냥 보름이라고 불렀는데, 그날 밤이면 나도 한 동네 사는 사촌들 포함 아홉 동생들과 함께 들판을 돌아다니며 쥐불놀이도 하고, 모닥불 피워놓고 그 위를 폴딱폴딱 뛰어넘기도 했다. 중학생때까지 그러고 놀면서 바지나 소맷자락을 무수히 태워먹었다.

정월대보름 아침, 오곡밥 대신 팥찰밥과 나물을 준비했다. 김에 밥을 싸먹으며

"어머님도 어렸을 땐 쥐불놀이하셨어요? 그땐 깡통이 잘 없어서 쥐불놀이하기 힘들었을 거 같은데..."

"깡통 없어도 논둑 밭둑에 불 놓아가며 쥐불놀이 했지야. 머스매들은 어디서 또 요령좋게 깡통을 구해서 뱅뱅 돌리기도 하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향집앞에 큰 냇갈이 있었니라. 웃마을 애들이랑 아랫마을 애들이 각자 자기 구역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며 내려오고 올라오다가 딱 마주치는 곳이 우리집 냇갈 앞이었지. 불길 따라서 아그들이 우~하니 몰려다니는 모습이 볼만했는디~"

"보름밤에 모닥불 피워놓고 그 불 위를 뜀뛰기는 안 하셨어요?"

"그건 밤에 하는 게 아니라 대보름날 아침에 했지. 가랫불이라고. 아침에 밥 먹기 전에 집 뒤안에 있던 대나무를 베어다가 마당에 쌓아두고 불을 지핀 다음에 나이만큼 폴짝폴짝 건너뛰었단다."

"그랬어요? 불놀이는 다 밤에만 하는 줄 알았는데... 왜 그런 거래요?"

"가랫불은 새벽같이 했지. 불 붙은 대마디가 딱딱 터지는 소리에 악귀가 놀라서 달아난다는디, 악귀야 저리 가라! 하느라고 그랬겄지~ 아침에 만나는 첫사람한테 내 더우 파는 거도 하고"

"아, 더위 팔기! 더위는 많이 파셨어요?"

"보름날 아침에는 고걸 할라고, 아침밥 먹자마자 부리나케 설밖으로 나가서 친구집 찾아가고 그랬지야. 그게 뭐라고~ ㅎㅎ. 지금 광주 사는 내 친구한테 더위 많~~이 팔았다."

"그러셨구나~. 저땐 정월 대보름이 겨울방학 끝나고, 봄방학 하기 전이라 학교 다닐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학교 가는 길에 못 팔면 학교 가서 겨우 팔았어요. 이름 불러서 그 친구가 대답을 해야 팔잖아요. 멋모르고 대답하는 애들도 있지만, 더위 팔 거 알고는 끝까지 대답 안 하는 애들도 많았거든요. 가방 짊어지고 집 나설 때, 엄마가 누가 부르면 대답하지 마라~ 그렇게 신신당부하셨으니까"

"잉~ 그랬지. 연 만들어서 날리고 놀다가, 보름 지나서도 연날리면 상놈 소리 듣는다고 항께 보름날엔 마지막으로 연 날리면서 연줄 끊어서 날려 보내기도 하고... 옛날엔 그런 거 함시롱 참 재밌게 살았는디 요새 애들은 그런 것도 안 하고 뭔 재미로 사능가 모르겄다. 폰에만 코박고 있지야."

스맛폰이 뺏어간 아이들의 재미가 어디 이뿐이랴.
도시에서 자란 남편도 어릴 땐 깡통에다 못으로 구멍 뚫어가지고 집근처 산 밑에서 동네 애들이랑 쥐불놀이하며 놀았다는데, 요즘은 보름맞이 행사로 기획을 해서 신청을 해야 쥐불놀이 흉내라도 내볼 수 있으니... 휘영청 보름달은 여전한데, 달 아래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그나마 달집태우기 행사라도 하는 걸 보며 정월 대보름의 풍취를 느껴본다.


* 달집 태우기란?

정월 대보름 무렵에 생솔가지나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풍속이다. 달집불·달불놀이·달끄실르기·망우리불(망울이불)·달망우리·망월·동화(洞火)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달집의 재료는 솔가지가 보편적이고 보조하는 화목으로 짚이나 나뭇잎·생죽(生竹)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는 솔가지 대신 생죽과 짚으로 달집을 짓는 사례도 있다. 전남지방에서는 달집 속에 생죽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마디가 터지는 소리를 듣고 악귀가 놀라서 달아난다는 주술적인 사고가 깔려 있다고 한다. 이는 호남지방에서 대보름날 새벽에 집집마다 생죽을 잘라 마당에 쌓아 놓고 이른바 가랫불·다랫불을 놓아, 악귀를 물리치는 풍속과 맞닿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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