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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Sep 16. 2022

미라클모닝이 준 선물

9월 텃밭일기 2

상추부심이 대단한 딸이 부러 씨앗을 사다가,

집에 있는 화분에 심어 키운 상추가

싹이 나긴 났는데 줄기가 영 시원치 않아

빨리 텃밭에 옮겨심어야 할 상황이라

백로 지난 지 엿새만인 9월 14일에 텃밭을 찾았다.

고등학생 아들 아침 멕여서 학교에 보내야하니,

7시 전에 돌아오려면 적어도 6시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딸도 가고 싶다고 해서 화분을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텃밭을 향해갔는데, 집을 나서기 전부터 심상치 않아보이던 하늘이 일을 냈다.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퍼지던 아침노을이 텃밭에 도착할 무렵엔 아주 장관이었다. 상추 심는 건 뒷전이고, 이 황홀한 순간이 끝나기 전에 사진에 담는 게 우선이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향해가며 하늘이 보여주는 마법은 정말 한순간이다. 그 잠깐을 놓치면 영원히 볼 수 없는.

그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새벽의 마법이 선사한 아름다운 텃밭 하늘을 올려본다. 동녘하늘이 이렇게 마법을 부리는 동안 서녘하늘에선 아침무지개가 떠있었다. 뒤늦게 발견해 끝자락만 조금 담을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새벽의 마법이 진행될 때는 시선을 한곳에만 고정하지 말고, 360도 돌려가며 구석구석 살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벽의 마법이 모두 끝난 뒤에야

상추를 옮겨심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했다.

밭의 풀을 뽑고, 땅을 긁고, 거름삼아 가져간 커피원두가루를 뿌린 뒤에 물을 뿌려 땅을 촉촉하게 만든 뒤 화분의 작은 상추새싹 네 개를 옮겨심었다.


그 사이 시간이 꽤 흘러서, 아들 아침식사에 맞추기 위해

다시 물을 주고 호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낮에 햇빛이 좋아서 이 상추들이 잘 살아나려나~ 궁금했더랬는데, 다음날 가보니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역시 초록이들은 태양빛 아래 바람 맞고 비도 맞고 해야 잘 자란다. 쑥쑥 자라서, 우리에게 어서 상추잎을 다오~~^^

햇빛이 내려오는 텃밭 앞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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