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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3. 2022

SPC 불매운동, 이번이 두 번째랍니다!

불매운동의 성패는 여러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현재 트위터 페북 등 SNS 중심으로 SPC불매운동이 마른 짚단에 불이 번지듯 번지고 있다는 사실 아세요?


딸이 제빵에 관심이 많아 더운 여름에 땀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준비한 끝에 8월에 제빵기능사가 되었고, 제빵 관련해서 할 일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이번 SPC 사고가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이제 스물 셋의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샌드위치 소스 만드는 교반기계에 끼인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니... 2인 1조로 작업을 했다면 사고 초기에 어떻게든 대처해서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3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故김용균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어요. 김용균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더이상 대한민국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으나, 현실은 여전하다는 걸 재확인한 사고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도 불매운동에 동참해서 SPC의 잘못된 고용환경을 확실히 바꾸도록 압력을 넣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안한다면, 착한 소비자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윤리적인 소비이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SPC불매운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더군요.

올 봄에도 SPC에 부당노동행위를 사과하고 2018년 1월 맺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지회장인 임종린씨가 5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고, 그 여파로 불매운동이 있었더라구요. 한 해에 같은 회사를 상대로 두 번이나 불매운동이 일어나다니 SPC란 곳, 꽤 심각한 문제를 지닌 회사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번 불매운동은 첫 번째보다 분위기가 훨씬 뜨겁게 느껴진다고 한겨레는 진단하더군요. 빵 반죽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가 참혹해서만이 아니라, 사고 뒤에 회사가 보여준 비인간적이고 잔혹하기까지 한 모습에 소비자들이 경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월 15일 사고가 나고 이튿날, 회사는 기계 9대 가운데 2대의 가동을 재개했습니다.(어떤 뉴스에 따르면 시신을 꺼낸 즉시 일을 하도록 시켰다고 하며, 일각에선 그날 만들어진 소스가 이미 4만여 개의 샌드위치에 뿌려진 채 전국으로 나갔다고도 하더군요)


노동자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비참한 사고로 죽음을 당한 피묻은 기계 옆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느낄 고통에 대해 아무 것도 생각지 않은 공감능력 제로의 행태이며, 죽은 노동자를 두번 죽인 것이자, 살아 있는 노동자들마저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죠. 여기에서 시민들의 비통함이 분노로 분출하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다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SPC에선 상조용이라며 파리바케트빵을 박스째 장례식장 입구에 쌓아놓았답니다. 빵때문에 죽은 딸을 생각하면 쳐다보기도 싫을 빵을 상조용품으로 쓰라고 보낸 SPC는 피해자의 죽음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일까요?


심지어 유족들이 항의하자 "빵은 원래 제공되는 상조용품" 이라며, 항의를 받고도 안하무인식으로 안 치우고 있는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면서 시민들의 공분은 더욱 커졌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불매운동이 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이 불매운동의 도화선이라면, 오래전부터 부조리하고 비윤리적이며 반사회적이기까지 하다고 비판받아온 SPC의 행태가 폭약 구실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라는 이름의 시민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SPC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SPC는 노동 문제 말고도 탈법적인 경영으로 여러차례 문제를 일으켜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꽤 영리하게 이미지 마케팅에 열심이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릅니다.


SPC는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방영 때 여러 방면으로 제작을 후원했고, 시청률이 50%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자 드라마에 나왔던 빵들을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습니다.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불란서 제빵소’라는 무대가 통째로 PPL로 등장했죠.


한때 허 회장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실제 모델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1호인 김영모 명장이 모티프라는 게 정설에 가깝습니다. 사실이야 어쨌든, 오늘날 현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제빵왕'은 허 회장이 맞습니다.

올해 어린이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열광적인 ‘핫템’이 된 포켓몬빵도 매출뿐 아니라 이미지 마케팅에서도 크게 성공한 사례입니다. 포켓몬빵은 2000년 즈음에도 크게 인기를 끌었죠.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포켓몬 마케팅은 동심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이로 인해 올해 SPC삼립의 실적과 주가는 껑충 올랐답니다.


그러나 SPC의 이미지는 대단히 이중적이고, 심지어 분열적입니다. 한 해에 두번씩이나 불매운동 대상이 되는 기업이라면 이미지 마케팅을 아무리 열심히 한들 소비자가 그 기업의 진면목을 알아버린 순간, 이미지메이킹의 효과는 반전이 일어납니다. 지금 불매운동의 주력층은 SPC의 동심 마케팅을 체험하고 성인이 된 세대라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SPC의 민낯과 기존 이미지의 간극이 한층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은 SPC를 망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SPC가 좋은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지도 모릅니다.(사실 저도 이번 불매운동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망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노동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바꾸고, 갑질 오브 갑질로 범벅된 SPC의 기업문화가 바뀌어지길 바라고 입습니다)


불매운동 한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쉽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는 건 낭만적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옆구리마저도 상당힌 비관적으로 보더군요. 한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노 재팬' 운동이 얼마나 갔냐고 하면서요. 노 재팬이 한창 지속될 땐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하던 일본이, 노 재팬이 유야무야된 지금 어떤지 보라구요.--;; (이번 참에 노 재팬 운동도 다시!)  

하지만 불매운동이 일개 기업을 넘어 역사적 전환의 시발점이 된 사례도 적지 않은 경우를 볼 때 이게 꼭 꿈같은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아래 링크한 한겨레신문의 논썰에 불매운동의 영어 표현인  보이콧의 역사와 자세한 사례가 나와 있어요. 1879년 아일랜드 대기근에서 보이콧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불매운동이 역사를 바꾼 사례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미국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태어난 나라’라는 주장입니다.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을 불매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오늘날 기후위기 속에 인류는 물론 지구 전체가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새삼 ‘윤리적 소비’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반생태적인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생태적 삶을 위한 보이콧’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소비자’라는 이름의 시민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SPC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인권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선 답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불매운동이 잠깐 시끄럽다 그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꾸준히 오래오래 지속적으로 많은 이들이 동참한다면 분명 변화는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가 남양우유의 갑질에 공분해서 결국 남양을 끌어내린 것처럼 말입니다.


불매운동 동참할 SPC계열 목록


- 이 글은 <죽음의 SPC ‘빠바’ 공장, 불매운동에 흔들리는 제빵왕> 이라는 제목으로 2022.10.22. 한겨레신문 논썰에  안영춘 기자가 쓴 아래 글을 참고해서 썼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11361?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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