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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7. 2022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책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달려야지, 달려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룬 게 아홉 달을 넘어가다가 나를 드디어 달리게 만든 책이 있다.


손민지 작가의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이 책의 34~35쪽에 걸쳐서 나오는 아래의 내용이 9개월간 몸을 사렸던 나를 불끈 일으켜 세웠다.


-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흘린 땀과 내딛었던 한 발 한 발이, 1분 1초가 그대로 몸에 축적돼 근육으로, 지구력으로 쌓였다. 시간을 들인 만큼 더 잘 달리게 되 었고, 더디지만 결국 목표에 다다랐다. 내게는 그런 경험이 간절히 필요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는 일.


어쩌면 체념하는 모습이 아닌, 끝까지 달리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계속 달리러 나간 것인지도 몰랐다. 무언가를 성취한 경험은 노력을 믿게 만들어준다. 다른 분야에서도 나를 쉽게 지치지 않게 만들어준다. 분명 오늘보다는 내일 더 잘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막 연히 내일의 나는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그러 고 보면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것은 달 리기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통과하고 보니, 매 순간 지면을 박차고 나아가던 씩씩한 마음 또한 몸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단단한 무언가를 형성한 것만 같다. 정말로 나를 계속 달리게 만들어줬던 것은 다리의 근육도, 심폐지구력도 아닌 '마음의 굳은살'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


달리기 4년차인 작가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러너 2년 차부터는 겨울에 2주씩 두 번 쉬어본 것 빼고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달렸는데, 스스로에게도 놀란 꾸준함의 비결은 바로 '열심히 안하는 것'이었다. 평소 설렁설렁 달렸기 때문에 장기간 꾸준히 달리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매일 달렸거나, 달리기 한 번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았다면 달리기에 대한 열정은 이미 메말라버렸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달릴 때도 너무 무리하거나 전력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지칠 때까지 30분 정도만을 달린다. 또 한 가지 지키는 것을 절대로 연달아 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달렸다면 그 다음날은 꼭 쉰다. 쉬는 날은 대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근력운동을 하면서 달리기로 지친 근육도, 마음도 회복할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나도 이른바 '간헐적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시작하던 10월 14일 새벽, '처음이니 100m만 뛰어보자!'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침해가 뜨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동녘하늘을 바라보며 100m 달리고 걸으면서 쉬고, 다시 100m 달리고 걸으면서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1100m, 즉 1.1km를 달리게 되었다.


그날 이후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마다 '오늘은 100m만 더 뛰자!'를 목표로 하니, 달리기한 지 열흘만인 10월 24일에는 1.5km를 달리게 되었다.(중간에 독감예방접종이 있어서 달리기를 며칠 쉬느라, 달리기를 한 날은  총 닷새이다) 하루에 차근차근 100m씩 늘린 결과이다.    


작가는 내 몸에 맞는 달리기 주기를 시행착오 끝에 주 2회 달리기로 인정하고, 그렇게 설렁설렁 달리니까 달리기가 즐겁다고 했다. 너무 노력한 나머지 금방 지쳐버리거나, 쉽게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고 살짝 부족한 듯한 운동으로 계속 달리기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달리기를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미지근한 마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성급하게 서로를 알아갔던 연인과는 더 빨리 끝나고,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번아웃이 오는 것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달리고 싶다면 좋아하는 마음을 잘게 쪼개어 꺼내 써야 하는 것이다. 잘 달리는 것보다 오래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우리는 더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음의 채비를 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오래 달리려면 너무 성급히 달려서는 안 된다. 천천히 쉬어가며, 내 몸에 맞게 달리기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간헐적 달리기를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10km도 뛰고, 15km도 뛰고, 그 언젠가는 마라톤 전구간인 42.195km를 완주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지금 그걸 목표하진 않드래도 말이다.(나의 현재 목표는 10km를 달려보는 것이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 결국 해낸다.

'꾸준함의 힘'이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던 날의 아침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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