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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중년일기

마눌은 전투력 충전중

다양한 잠의 세계

by 말그미

하나,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둘, 의식활동이 중단된 무의식의 상태를 의미한다.

셋, 우리 인생의 1/3을 차지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우리말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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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랍니다.

잠은 죽음과 관련이 깊어서 ‘영원히 잠들다’의 ‘영면(永眠)’은 바로 죽음을 의미해요. 영어의 경우도 같은 발상이어서 ‘sleep’은 ‘죽어 묻혀 있다, 영면하다’를 의미하지요.


저는 밤시간대에 자는 시간이 현저히 적다 보니(2~3시간) 낮에 짬날 때마다 노루잠을 자며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편이에요. 20분~30분 정도 한잠을 자도 죽었다 깨어난 듯 깊이 드는 속잠을 자지요. 낮에 한 번 자면 아무리 깨워도 못 일어나는 남편은 이런 저를 엄청 신기해한답니다.


남편과 여행을 갈 때면 저와 교대운전을 하면서 다니곤 하는데요, 제가 운전하지 않는 시간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10분에서 길게는 30분 가량 자곤 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산 차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고, 겉보기와 달리 실내가 꽤 넓어서 잠자기에 아주 쾌적한 상태라 지난 주말 연 이틀 가족여행을 하는동안 수시로 잠을 잤답니다.


"이상하게 이 차면 타면 잠이 오네~

잠을 부르는 차인가?"

하면서 말이죠.


토요일엔 사천으로 남해로 한 바퀴 돌고,

일요일에는 공주로 예산으로 한 바퀴 돌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몹시 피곤해 한숨 잤더랍니다. 게다가 저는 일요일 저녁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집에 도착해서 뭔가를 하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남편을 향해 언성이 높아졌어요.

그러자 남편이 한 마디 합니다.


"너 차에서 자고 나니까 전투력 상승했다~.

나랑 싸우려고 자면서 전투력 충전한 거지? 맞지?"


하면서 씨익 웃으니 별 수 있나요~

저도 따라 웃으며 싸울 뻔한 일을 넘겼답니다.

전투력 상승한 마눌은 쌈닭도 그런 쌈닭이 없을만큼 등짝스매싱을 과격하게 날리는 걸 익히 아는 남편이 현명하게 잘 받아주었네요. 웃음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죠^^


아가씨땐 미녀는 잠꾸러기라며

피부미용을 위해 충분히 잘 것을 권장하지만

아줌마는 전투력 상승을 위해

짬짬이 푹 자둘 것을 권장합니다.

생의 투지는 충분한 잠에서 나온답니다~^___^


말 나온 김에 잠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니,

우리말에는 ‘잠’을 나타내는 말이 참으로 많더군요~.

잠자는 때, 잠든 정도, 잠자는 모양 등에 따라 다른 말로 일러지는 다양한 잠에 대해 알아볼까요?^^


(1) 때에 따른 잠

‘새벽잠, 아침잠, 늦잠, 낮잠, 초저녁잠, 저녁잠, 밤잠’

예로부터 시간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잠을 즐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네요.

(2) 잠든 정도에 따른 잠

‘겉잠, 귀잠, 단잠, 선잠, 속잠, 수잠, 여윈잠, 토끼잠, 풋잠, 한잠, 한잠, 헛잠, 그루잠’


'겉잠, 선잠, 수잠, 풋잠, 토끼잠’은 깊이 들지 않은 잠이다.

‘선잠’ - 깊이 들지 못하거나, 흡족하게 이루지 못한 잠

‘풋잠’ - 잠든 지 얼마 안 되어 깊이 들지 못한 잠

‘토끼잠’ - 놀란 토끼처럼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

‘한잠’ - 잠시 자는 잠. 고민이 있어 ‘밤새 한잠도 못 잤다’고 할 때의 ‘한잠’

‘헛잠’ - 자는 둥 마는 둥한 잠,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

'그루잠' - 잠깐 깼다 다시 잠드는 잠

‘귀잠, 속잠’ - 아주 깊이 든 잠

‘단잠’ - 아주 달게 곤히 자는 잠

‘한잠’ -‘한잠 늘어지게 잤다’와 같이 깊이 든 잠. 앞의 한잠과 동음이라 문맥상 파악해야 하겠어요

(3) 잠자는 모양에 따른 잠

‘개잠, 나비잠, 돌꼇잠, 등걸잠, 말뚝잠, 새우잠, 시위잠, 앉은잠, 쪽잠’


‘개잠’ -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잠, 개가 깊이 잠들지 않듯 깊이 자지 못하고 설치는 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나비잠’ -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모습이 나비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등걸잠’ - 옷을 입은 채 아무 것도 덮지 아니하고 아무 데나 쓰러져 자는 잠. ‘말뚝잠’과 대조된다.

‘말뚝잠’ - 꼿꼿이 앉은 채 자는 잠. 일반적으로 ‘앉은잠’이라 한다.

‘새우잠’ -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자는 잠. 방이 춥거나 좁을 때 이런 잠을 자게 마련.

‘시위잠’ - 활시위 모양으로 웅크리고 자는 잠

‘쪽잠’ -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

‘돌꼇잠’ -잠의 정태(情態)가 아니라, 동태(動態)를 나타내는 말. 한 자리에 누워 얌전히 자는 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잠. 잠버릇이 험하다고 핀잔을 듣는 사람들의 잠

(4) 기타

‘개잠(改-), 그루잠, 도둑잠, 두벌잠, 발칫잠, 발편잠, 첫잠, 한뎃잠’

‘개잠’ ‘그루잠’, ‘두벌잠’ -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개잠’의 ‘개’는 개 견(犬)의 ‘개’가 아니라, 고칠 개(改)자의 ‘개’다. 대체로 이런 때 ‘늦잠’을 자 허겁지겁하게 된다.


‘도둑잠’ - ‘도적잠’이라고도 한다. 자야 할 시간이 아닌 때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자는 잠

‘발칫잠’ - 남의 발치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

‘발편잠’ -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져 그야말로 마음놓고 편안하게 자는 잠

‘첫잠’ - 막 곤하게 든 잠

‘한뎃잠’ - 노숙, 한둔을 의미.


나라나, 가정이나 개인이나 다 근심 걱정이 없어 발을 펴고 자는 발편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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