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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r 10. 2023

기찻길 따라 매화꽃 날리는 양산 순매원

기찻길 옆으로 연분홍 진분홍 매화가 피어난 양산 순매원을 다녀왔다.


낙동강에 봄이 오면 양산 원동마을에 매화바람이 분다. 부산을 코앞에 둔 경부선 원동역은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조용한 시골역인데, 3월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기찻길 옆에서 봄을 피우는 매화밭 순매원이 있기 때문이다. 순매원은 2014년 봄 KBS2TV <1박2일>에서 "봄꽃기차여행" 이란 주제로 촬영되며 널리 알려졌다. 김주혁 차태현 김종민 등의 출연자들은 순매원 매화나무 아래에서 "산너머 산 게임"을 즐기며, 눈이 내린 것 같은 매화의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했다고 한다.



순매원은 양산에서 규모가 꽤 큰 매실농원이다. 광양 매화마을에 비하면 규모는 아담하지만 농원 옆으로 기찻길과 낙동강이 나란히 있어서 매화, 강, 기차가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을 보기 위해 3월이 되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3월 15일 전후한 중순이 만개시점)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에 기차가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까지 더해져 철로를 따라 피어난 매화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봄소식을 전해주는데, 그 풍경이 주는 서정성이 인상적이다.


순매원은 넓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팔각정이 있는 곳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길을 따라 내려가니 오른쪽에 매화나무 아래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줄맞춰 서 있다. 여행객을 위한 관상용 항아리라고 한다. 농원의 중요한 소득원인 매실을 따서 원액을 만들 때 쓰는 항아리는 매실농원과 뗄 수 없는 단짝친구라서 다른 곳에 별도로 잘 보관되어 있단다.


작은 폭포수가 떨어지는 연못 안에는 화려한 빛깔의 잉어들이 노닐고, 그 옆에 순매원이라 쓰여진 표지석이 있고 그 주변은 온통 활짝 꽃을 피운 매화밭이다. 백매 홍매 청매들이 섞여 있는데, 철길 주변엔 백매가 대부분이고 농원 안쪽은 홍매가 화사하게 피어서 찾는 이들을 반긴다. 언덕을 타고 펼쳐진 순매원의 매화들은 멀리서 바라볼 때도 예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더욱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그윽하게 피어나는 향기가 매화밭을 거니는 내내 코끝에 맴돌아 기분이 좋다.


국수, 파전, 어묵국 등을 파는 매대를 지나, 줄줄이 항아리가 세워진 건물 끝에 화장실이 있는데 그 화장실 앞의 백매가 만개를 해서 아주 볼만했다. 백매 뒤로는 전망대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쑤욱 들어가면 또다른 매화풍경이 반긴다.
   


그렇게 순매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출출해질 시각. 매화나무 아래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과 어묵탕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며 봄날의 정취를 즐겼다. 운전을 해야 해서 파전에 막걸리는 하지 않았지만  손바닥만한 파전에 막걸리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국수와 파전은 순매원에 들르면 꼭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라는데 사실 국수는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매화꽃잎 분분히 날리는 나무 아래 낭만으로 먹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국수맛이 별로였다는 이야기. 어묵은 맛있었음. 국수 5천원, 어묵 1개 2천원, 파전 4천원)


순매원이 있는 원동마을에서 영포마을까지 7.7km에 매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안전행정부에서 선정한 '우리 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된 길이라고 하니 이 길을 따라 매화거리 드라이브를 해도 좋겠다. 또한 가까이에 김정한의 소설 '수라도'의 배경이 된 용화사도 들러봄직하다. 용화사에는 보물 제491호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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