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Jun 10. 2023

저수지 안에 무덤이?

구이저수지둘레길

2022년 11월 30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의 "미스터리M"코너에 나온 <저수지 위에 있는 의문의 작은 섬>이 인상깊어서 방송 얼마 뒤에 다녀왔다.


주소 :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1162

구이새누공원 주차장이 이 섬을 살펴보기 가장 좋음



전북 완주군 구이저수지, 드넓은 저수지 한 가운데 의문의 섬이 있다. 10분 정도 노를 저어 도착한 섬은 무엇인가 숨겨져 있기라도 한 듯 사방이 철책으로 막혀있고 자물쇠까지 걸려있다. 철장 틈 사이로 보이는 건 무덤! 누군가 관리라도 하는 듯 깔끔한 상태이다. 미스터리한 이 무덤섬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대수심 16m인 구이저수지 안의 이 무덤은 국토정보플랫폼에 나온 항공사진을 찾아보니,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쭉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5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섬은 아무리 홍수가 나도 절대 물에 잠긴 적이 없단다.

대체 누가, 왜, 저수지 한가운데 무덤을 만든 걸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비밀을 품은 채 긴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덤섬의 진실을 밝혀본다.


취재결과, 알고 보니 이곳은 연안 이씨 종중의 조상묘라고 한다. 이 무덤을 썼던 260년 전에는 이곳이 저수지가 아니라 산이었단다. 산 아래는 연안 이씨의 집성촌이었는데 70여년 전 저수지가 되면서 섬이 된 것이었다.  


묘를 쓸 당시 산꼭대기에 있던 이 곳이 자라처럼 생겼다고 해서 자라명당이라고 썼는데, 세월이 흘러 마을이 수몰되면서 산은 저수지가 되고 묘 주변에 물이 찼다. 그런데 자라는 물에 사는 동물이니까 확실히 여기가 자라명당이구나 해서 이장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곳을 자라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도 저수지 한가운데 있으니 무덤 안쪽이 물에 차지는 않았을까 하여 수맥탐사 전문가에게 의뢰해 살펴보니,10m 밑으로까지는 수분이 침투했는데 10m 위로는 아직 수분이 침투를 안 해서 무덤이 물에 침범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봉분의 상태도 어디 무너진 데 없이 좋다고.

아무리 비가 많이 오고 홍수가 나도 묘가 수몰되지 않은 이유도 알아보았다. 구이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만수위선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수로 쪽으로 물이 배수가 되게 설계돼있어서라고 한다. 역시~ 과학적 설계의 힘이었군!


저수지 위에 있는 의문의 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나오신 이문희 연안 이씨 후손께서는 인터뷰 말미에 자라섬에 있는 묘지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형질이 변경되지 않고 잘 보존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마을과 후손들의 안녕을 지켜준 구이저수지의 무덤섬(자라섬)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안전하게 보전되길 나 역시 바래본다.


이 자라섬을 품은 구이저수지는 구이저수지 둘레길로도 유명하다.


○ 코스: 호수마을(모현당)~항가마을~산림길~데크수변길~태실마을~저수지제당~저수지 전망대~저수지 여수토~구이면사무소~호수마을(모현당)


○ 소요거리 및 시간: 8.96km, 2시간 27분


또한 자라섬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원기리에는 모악산호수마을과 구이새누공원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전원주택들이 있는 모악산호수마을은 구이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조성된 마을이다. 새누공원은 '새로운 터'라는 뜻으로 주민들을 위한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구이새누공원의 서쪽에 조성된 모악산호수마을에서는 동쪽의 경각산에서 뜨는 해와 서쪽 모악산으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대자연 속 모악산호수마을을 산책하며 잘 관리된 아름다운 전원주택들을 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나들이하기 좋은 적상산 아래 무주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