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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ug 12. 2023

쿠팡파업 보기만 할 것인가?

날씨와 얼굴 2

2023년 8월 1일 쿠팡 노조는 하루 파업에 나섰다. 2021년 설립된 쿠팡노조의 첫 파업이다.


지난해 쿠팡노조 인천분회는 지역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1300명의 서명을 모아 쿠팡에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 등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물류센터 노동자도 실내노동자와 같이 휴게시간 규칙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개정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5분 휴게시간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물류센터에서는 늘 여름이 두렵습니다. 현장에서 에어컨은 꿈도 못 꾸고 선풍기마저 고장 나 노동자가 사비를 들여 선풍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최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 인천분회장)


쿠팡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면서, 작년 여름에도 쿠팡이 냉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쿠팡은 폭염에 대비한 규칙을 만들어도,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더워죽겠다는 소리를 무시할까?


이는 쿠팡이 기업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야 할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쿠팡에 어떤 불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이슬아는 <날씨와 얼굴> 2부 '나 아닌 얼굴들'에서 제일 먼저 택배노동자 이야길 하며 쿠팡의 문제를 지적한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자신의 책 『먼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 기술은 힘을 향한다. 그래서 기술은 자본을 향하지 노동자를 향하지 않는다. [...] 힘의 기울기가 달라지면 자연히 더 많은 기술이 노동을 향하게 될 것이다. 칼럼에서는 "한국사회의 산재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다고 적고 있는데, 이는 진실을 다 말하고 있지 않다. 그다음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기업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쿠팡이라는 자본은 기본을 지키지 않고도 괜찮아 보인다. 여름에는 고작 얼음물 한 병과 아이스크림 한 개, 겨울에는 핫팩 한두 개 정도를 지원하면서 굉장한 복지인 듯 생색을 내고 광고한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다치거나 죽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냉난방뿐 아니라 복지 시스템 전반이 최악인 이유도 그래서다.


상대가 두려워야만 겨우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자들도 있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노동자를 두려워하는가, 어떻게 해야 노동자의 친구인 소비자를 두려워하는가. 그보다도 우리는 정말 노동자의 친구인가. 현관 앞에  놓인 택배 상자에서 내 더위보다 더 극심한 더위를 헤아릴 수 있는가. 만나보지 않은 노동자를 상상하고 그들을 위해 움직일 의지가 나와 당신에게 있는가.


'로켓배송'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상자에서 세계의 진실을 마주한다. 여름과 겨울은 매번 돌아올 것이다. 다음 여름도 이래서는 안 된다. 다음 겨울도 이래서는 안 된다. 공평하지 않은 날씨의 고통 아래 쿠팡이 노동 자를 어떻게 대우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지켜보는 사람 없이 힘의 기울기는 바뀌지 않는다.



* 날씨와 얼굴 1부

https://brunch.co.kr/@malgmi7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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