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일 시인은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오르페, 2016)에서 이렇게 말한다.
별 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업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