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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y 17. 2024

이모 너~무 이뻐요!

어제 늦은 오후,

"하늘에 벌써 달이 떴네~"

하면서 딸과 동네 한의원에 가는 길이었어요.



4시가 막 넘은 시각이라

이제 학교 끝난 중학생들과 학원을 오가는 초등생들, 간식 사주러 나온 엄마들로 복잡한 동네중앙상가의 사잇길을 지나는데, 뒤에서 누가 제 팔꿈치를 살짝 건드는 거예요.


누구지? 하고 돌아보니

초등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활짝 웃으며 저를 쳐다보더군요.


아는 꼬마인가?

싶어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그 아이 한다는 소리가...


"이모 너무 이뻐요~"


오잉? 뭥미?

아줌마 꼬라지가 영 아닌데

너의 취향이 이쪽인 거니?


순간 드는 생각은 이랬으나,

일단 칭찬을 들었으니 자동으로

나오는 소리는


"고마워~^^" 하구선,

처음 보는 아이에게 그런 칭찬을 들은 게 왠지 민망해서 얼른 뒤돌아 딸과 함께 가던 길을 재촉했어요.


묵묵히 그 일들을 옆에서 지켜본 딸이 그러더군요.


"저 애는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사나 봐요."


다소 얼척이 없다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무심하게 말하는 딸을 보며 주변에 혹시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건 아닌지 둘러보았답니다.


학교에서 길가는 아무나 붙잡고 칭찬을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알아보는 숙제를 낸 걸까? 궁금해하기도 하면서요.


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이게 무슨 돌 맞을 소리냐?" 하면서 짱돌을 던지겠지만, 암튼 기분은 좋았답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어요.

남편의 반응은?

.

.

.


세상 사랑스럽다는 듯이 저를 안아주더군요.

아니, 이건 또 뭥미?

제가 아는 평소의 남편이라면 이럴 때 반응이


"그 애 아무래도 시력검사 좀 받아봐야겠다."


하면서 아주 시니컬하게 나오는 건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며칠 전 저한테 잘못한 일이 있어 분위기가 다소 냉랭했었는데, 그 아이의 칭찬에 올라타고 스리슬쩍 넘어갈 모양인가 봅니다.


칭찬은 몸치박치인 아줌마도 춤추게 하는데, 돈 하나 안 들고 할 수 있는 칭찬을 왜 남편은 못해준답니까? 안아주는 것도 좋지만 칭찬을 듣는 것은 더 좋답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에게 칭찬을 밥먹듯이 하면

아주 건강하고 맛있는 밥과 그보다 더한 서비스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으니, 제발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 제가 월요일마다 연재하는 <현실판 고부만사성>의 전작들을 엮은 책이 나왔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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