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닥투닥 싸우며 죽네 사네 하고
내가 왜 너를 만나 이 고생이냐고
악다구니를 하다가도
푸릇푸릇 자라는 자식을 생각하면
그저 한 발 물러서게 되는 게 부부상정.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인 것은
서로의 사랑이 깊어서라기보단
자식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이자 책임이
그 사랑보다 더 커서가 아닐까 생각하곤 해요.
50이 넘은 지금도 가끔 사랑싸움(?)을 하며
전투력을 점검하는 알흠다운 중년의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전투애로 다져진 동지간의 의리가 새록새록 깊어갑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나희덕 시인이
중년의 부부라면 한 번쯤 겪었을 일로
참 멋드러진 시를 써주셨어요.
읽을 때마다 공감백배여서 올려봅니다.
이 시를 읽고 저처럼 공감하신다면
찐중년 인정합니다^^
< 물소리를 듣다 >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록 당신이 키웠잖어…… 당신이……
등과 등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를
이렇게 듣기도 한다
담이 결린 것처럼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어둠이 좀처럼 지나가주지 않을 때
새벽녘 아이 오줌 누는 소리에라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야 할 때
- 나희덕, 『야생 사과』(창비, 2009)
* 군위 화산산성의 풍경으로 힐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