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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13. 2020

만화 속에 풍덩~

울진 이현세 벽화거리

울진 매화리에 있는 이현세 벽화거리.
1982년 오혜성(까치)과 엄지, 마동탁을 주인공으로 한 '공포의 외인구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86년 감독이름을 딴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한국만화의 신화적 존재 이현세.

그의 고향이자 만화의 배경이 된 마을에 만화벽화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울진군이 알리자 이현세작가가 문하생 20명을 보내 40일간 작업한 결과물이란다. 제자들이 스승의 이름을 걸고 그린 덕에 예술성 높은 벽화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매화리 마을주민들이 정말 신경써서 거리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천국의 신화, 남벌,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굿바이 썬더), 아마게돈, 삼국지, 카론의 새벽, 블루라이트, 버디 등등 이현세의 숱한 작품 가운데 굿바이 썬더와 공포의 외인구단은 핵심장면만 뽑아 그려서 그림 따라 걷다보면 만화 한 편을 다 본 느낌이다. 골목길이 꺾어지며 이쯤에서 끝나려나? 하면 또 만화가 이어졌다.

이제까지 본 벽화 중 가장 알찬 벽화거리였다.
만화를 그냥 빈 벽에 그린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분위기와 장소,
해가 뜨고 질 때의 모습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전시했다고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2구간 벽화가 조성된 매화중학교 후문 안에 '굿바이 썬더'의 만화 속 시대배경인 1972년 쌍둥이 주인공들과 비슷한 수령 50년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이다. 간격이 1m밖에 안되는데 그 사이를 두고 두 은행나무가 사이좋게 자라며 상생의 지혜를 보여준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만화가 이현세에 대해 알아볼까나?(나무위키 참고)

1954년 9월 19일에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출생해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장래희망은 화가였고, 미술적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소묘 그림을 보면 입이 떡 벌어져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정통 실력파이자 극화체로 봐서는 현존 만화가 중에 1, 2위를 다툴 정도의 실력파이다.

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젊은 시절에 일본 만화를 국내 실정에 맞게 베끼는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수많은 종류의 그림들을 모사하다 보니 자신의 독특한 그림체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사가 파란만장한 편이다. 어깨동무나 인간극장 재현드라마에 의하면 큰아버지가 한국전쟁때 병으로(어깨동무) 혹은 군대에서(인간극장)사망했고, 생부는 군 미필을 위한 도주로 장기적으로 가출 상태였다고 한다.
일제 시대 돈 벌려고 만주로 간 둘째 큰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인민군 장교로 돌아왔고, 수복 후에 그게 문제가 돼서 큰아버지가 헌병대에 끌려간 후 행방불명이 되었다. 부역자로 몰려서 처형되어 암매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집안사 탓에 이현세는 태어나자마자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청상과부가 되어버린 큰어머니에게 양자로 입적되었는데, 친부는 작은아버지로, 친모는 작은어머니로 알고 자랐고, 이 사실을 스무살 무렵에야 알게 되어 오랫동안 방황했다.
헌신적인 두 어머니는 그런 이현세를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주었고, 그 덕분에 이현세는 방황하는 중에도 만화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을 못 간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언급되고 있는데, 일단 이현세 자신은 색약으로 인해 미대 진학을 못 했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리고 생활고도 생활고였지만 연좌제로 인한 불이익이 너무 커서 대학을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학을 못 갔지만 지금은 세종대학교 교수가 되어 교정을 누비고 있으니, 어찌 보면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라 하겠다.

1998년 집에 강도가 들어서 모친이 살해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나중에 범인들을 잡고 보니 강도 강간 전과를 가진10대 가정파괴범들이었다. 집에 강도가 든 상황에서 이현세의 모친이 가족들을 살리려고 저항하는 바람에 처참히 살해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범인들은 미성년자임에도 이례적으로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되었다.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의 성공은 당시 가장 규모가 컸던 만화시장인 만화방의 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었다. 공포의 외인구단 이전에는 대부분의 작품이 단편 위주였다. 하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독자의 요구가 "장편은 좋지만 완결은 빨리 보고 싶다"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로 인해 출판사에서는 장편을 빨리 완결지을 수 있는 작가들을 선호했고, 작가들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토리, 작화, 배경 등 분업 체제를 도입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분업 체계 자체가 "만화방 시스템"으로 굳어졌다.


ㅡ 이현세의 작품에는 남성중심적 영웅주의와 과도한 민족주의가 판을 친다는 평을 받기도 해서 마초주의를 벗으려고 작가나름으로 여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을 그리거나 로맨틱코미디에도 도전했으나 잘 안 됐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다 자기분야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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