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20분경
오늘도 오셨다.
흐린날을 제외하고는 우리집에 늘 손님이 오신다.
하루중 반을 향해 가는 시간
하필 지치고 기운없어 딱 눕고 싶은 시간에 말이다.
저녁거리 장바구니를 낑낑 대며 내린 후
반쯤 영혼 나간 시선을 무심코 던진다.
내 눈을 의심한다. 저게 뭐지?
서서히 눈이 동그레지고 눈빛은 살아난다.
예뻐 눈을 뗄 수 없다.
손님은 바로 햇빛이다.
햇빛은 거실창에 드리워진 크리스탈 볼을 통과하며
무지개 빛 동그라미를 마구 그려놓았다.
천장에서 흔들릴 때면 마치노래방에 온 듯 하다.
차를 준비하고 음악을 틀며 나름 영접한다.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이젠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우리집 거실 벽은 비어있다.
녹색 편백나무 벽지 하나만 발라있다.
짙녹색이 주는 느낌이 좋았고, 시선이 걸리지 않아 시원했다.
비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팃낫한-
안팍으로 비우는 중이다.
물건을 비우니 빈 공간이 생긴다. 산뜻하다.
생각을 비우니 안온함이 찾아왔다.
비움은 곧 새로움이다.
무지개 빛처럼 어떤 새로움이 다가올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