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
2012년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서칭 포 슈가맨>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시장이 나날이 줄어들고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현 실정 속에서도 <서칭 포 슈가맨>에게 향해지는 관객들의 일관된 사랑은 주인공 로드리게즈가 일으킨 기적과 그의 음악이 전해주는 경이로움 때문일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그의 앨범 판매량은 단 6장이다. 아무도 알아봐 주지 못했던 로드리게즈의 음악은 인정받지 못한 채로 조용히 묻히게 된다. 하지만 머나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그의 음악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하나의 정신으로 공유된다. 남아공에서 그의 앨범은 약 몇 십만 장의 판매량을 자랑하며 유명세를 타지만 그 유명세는 남아공과 미국 사이를 연결하지는 못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모두가 그의 음악을 알지만 아무도 그를 알지 못했고, 미국에 사는 로드리게즈 또한 자신이 일궈낸 기적을 알지 못했다.
그의 음악이 남아공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기까지는 그 당시 남아공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인종차별정책으로 인해 유색인종에 대한 탄압이 심각했었다. 차별받고 억압되어 있었던 남아공 국민들에게 그의 음악은 일종의 해방구로 받아들여졌고, 젊은 층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반체제적인 그의 음악은 남아공에 만연한 차별과 억압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하는 뜨거운 열정을 키웠고 수많은 남아공 아티스트들 역시 그의 음악의 영향을 받았음을 당당하게 말한다. 이렇게 그의 음악은 남아공의 하나의 상징처럼 인정받지만 아무도 그가 누군지 알지는 못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티스트인 탓에 그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지만 정작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안개
<서칭 포 슈가맨>은 그를 둘러싼 안개와 같은 장막을 들춰내기 위해 점점 깊이 들어간다. 로드리게즈의 앨범을 제작해주었던 제작자들은 로드리게즈를 매우 신비로운 현자와 같았다고 설명한다. 카페 구석에서 등을 보이며 노래를 불렀던 모습, 안개 뒤로 서성이는 로드리게즈의 모습은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제작자들 중 한 명이 로드리게즈가 자신의 앨범이 실패하고 이후 작은 무대에서 총으로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무대에서 자살한 아티스트라는 비극성을 관객의 궁금증을 강하게 자극한다. 어떤 삶이었고,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음악이기에 기적을 일으킴과 동시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을까. 영화는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에게 매우 매혹적이며 신비로운 안개를 씌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안개를 하나씩 함께 거두어내는 여정을 함께하자며 손을 내민다.
추적
로드리게즈의 팬들은 그의 음악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음악과 아티스트의 단절은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팬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음악의 가사로 추측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앨범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에 대한 정보는 앨범 커버 사진에 있는 그의 사진뿐이었다. 그래서 <서칭 포 슈가맨>은 ‘돈’의 흐름으로 로드리게즈의 행적을 추적해간다. 남아공에서 팔린 수많은 앨범의 수익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가를 추적한다. 이 추적의 행로에는 음악평론가 크렉이 함께한다. 그리고 돈의 행로를 추적한 끝에 만난 사람은 전 서섹스 레코드의 소유주 클라렌스다. 하지만 비밀스럽고 무언가 진실을 알고 있을 것 같았던 클라렌스와의 인터뷰에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에서 팔린 그의 앨범의 수가 6장이라는 사실 외에는 말이다.
1997년 7월, 추적은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크렉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기를 포기하고 다시 가사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의 노래 ‘Inner City Blues'의 가사 중 ’ 디어본에서 소녀를 만났어, 이른 아침 6시에. 이것은 차가운 진실‘을 듣고 디어본이라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디어본에 음반제작자 마이크 시어도어(앨범 'Cold Fact' 공동 제작)와의 전화연결을 하게 된다. 드디어 25년간의 안개가 사라져 가자 새로운 진실도 함께 들려오게 된다.
“로드리게즈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적적한 안개가 걷히고 벽돌집 창문이 열린다. 그리고 창문으로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음악을 따라서 시작된 여정이 그의 집에 도착하자 그가 우리를 환대해준다. 죽은 사람을 따라 시작된 여정의 도착지에 죽지 않고 살아있는 그가 우두커니 서있다. 그리고 그는 오랜 추적에 대해 보답하듯이 남아공으로 향한다.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수많은 관객이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적과 경이
'I Wonder'
그의 노랫소리가 들리자 무대에서 크나큰 함성이 들려온다. 감격스러움이 섞여있는 관객의 함성소리가 넓은 공연장을 뒤덮는다. 로드리게즈와 그의 팬들이 수 십 년이 지나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오직 음악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피어난 이 기적과도 같은 순간의 경이로움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까지 이어진다.
로드리게즈가 관객석을 향해 “나를 살아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그는 마치 두 가지의 삶을 살아왔다. 그의 인생은 음악이라는 남아공의 삶과 일상이라는 미국의 삶이 존재했지만 그는 남아공의 삶을 25년간 모르고 지내온 것이다. 그리고 1998년이 돼서야 겨우 팬들의 부름을 듣게 되고 죽어있던 남아공에서의 삶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부활을 연상시키는 당시의 경이로움을 <서칭 포 슈가맨>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체현시킨다. 그렇게 관객도 한 명의 로드리게즈의 팬이 되어 그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기적의 함성소리와 경이로운 순간이 마무리되고 무대 밑으로 내려온 로드리게즈는 퇴근하는 사람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일을 하러 나간 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처럼 그의 발걸음은 그가 정말 기적의 주인공인가 싶을 정도로 평온하고도 겸손하다. 그는 다시 기적을 마주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자신이 하던 고된 일터로 돌아간다. 남아공에서 영웅으로 대접받으며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원래 머물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에게 주어진 두 가지의 삶 중에서 그는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남아공에서의 기적을 뒤로하고 자신이 원래 살던 일상으로 돌아온다. 단순 노동을 하던,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던, 묵묵하고 강직한 로드리게즈로 돌아간다.
어떤 이는 그가 미국으로 돌아온 것은 미련한 일이라고 하지만 설령 그것이 미련한 일일지라도 그의 발걸음은 정말 자유로워 보인다. 남아공에서 그를 찾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그는 항상 아무도 가지 않는 고되고 불확실한 안개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이 자신의 삶을 하나씩 개척하는 그의 신비로운 인품은 그가 이루어낸 남아공에서의 기적이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의 행방을 쫓아가는 과정 틈 속에서 들리는 그의 음악처럼 그는 강직하면서도 따듯한 사람이었고,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노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로 그의 기적을 기리고 싶다.
Crucify Your Mind
Wsa it a huntsman or a player
That made you pay the cost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은
사냥꾼인가 놀이꾼인가
That now assumes relaxed positions
And prostitutes your loss?
너의 상실을 팔아
편히 누워있을까?
Were you tortured by your own thirst
In those pleasures that you seek
네가 고통 받았던 것은
쾌락에 목말라서였나
That made you Tom the curious
That makes you James the weak?
넌 호기심이 많은 톰
나약한 제임스가 되었어
And you claim you got something going
Something you call unique
그래도 넌 내게 뭔가 있다고 말하지
너만의 특별함
But I've seen your self-pity showing
As the tears rolled down your cheeks
하지만 나는 너의 자기연민을 보았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