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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Mar 15. 2022

8. 베트남 꼰대 문화

라떼는 말이야~

출퇴근도 점심시간도 부사장님과 늘 함께한다. 부사장님은 사장님 와이프이자 베트남인이다. 신입을 제외한 회사 직원들 모두가 베트남인인데 영어나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부사장님밖에 없어서 회사에서 유일한 소통 창구가 부사장님밖에 없다. 업무적으로 모르는 게 많아서 부사장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항상 질문을 하다 보니 좀 귀찮으셨는지 일은 알아서 배우는 거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오마이갓. 그 말 한마디로 난 낙동강 오리알이 된 처지가 되었다. 모르는 게 있어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몰라서 질문할 내용도 없다.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으며 부사장님 이야기를 들었다. 부사장님은 대학을 막 졸업하고 신입으로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나처럼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일을 전부 스스로 배웠고, 외국인 직원들과 소통하며 터득한 게 많으니 나도 다른 직원들을 도와주며 배우라고 하셨다. 오마이갓2. 베트남 사람도 꼰대일 수 있구나. 왜 꼰대 문화를 한국만의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해외 취업한 인간이 이렇게 편협적인 사고에 갇혀 있었다니! 영어로 업무를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베트남어를 알지도 못하는데  절망적이었다. 나 그냥 도망갈까? 3주 뒤에 새로운 공장에 관리자로 가는데 일을 어떻게 하지?



신입사원이 첫 회사에 가장 기대하는 점은 뭘까. 아마 회사를 통한 '본인의 성장'이 아닐까 싶다. 성장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데, 업무를 통한 배움이 있는가 하면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트레이닝을 통한 배움이 있다. 하지만 내가 들어온 곳은 중소기업이고 그냥 매출액이 억 단위로 나오는 자영업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그래도 10년이 넘은 회사라 업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있지만 신입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없다. 시스템까지 안 바란다. 일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출근 2주 차


한국인 신입들은 나 빼고 전부 제2공장에 전부 가있는 상태이다. 하루 종일 할 일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어서 뭘 하면 좋을지 고민만 하다 답이 안 나와서 스트레스만 받았다. 여기서 일하는 베트남 직원들보다 월급은 내가 몇 배로 많이 받을 텐데 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뛰어나야 된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나를 돌아보며 잠깐 자괴감 타임을 가졌다. 


시간만 죽이지 말고 뭐라도 해야지. 우선 서류에 있는 베트남어를 번역하기 시작했는데 구글 번역과 파파고에 검색해 비교해보니 뜻이 다르게 나오거나 엉뚱한 말로 번역이 된다. 나중에 이 서류들을 다 번역하는 게 내 일 중에 하나가 될 텐데 이런 식이면 정말 막막하다. 그래서 다음으론 베트남 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검색해 보았지만 어쩜 도움 되는 글이 하나도 없었다. 또 2차 자괴감 타임을 가지고 나서 베트남에 취직한 다른 인턴들은 회사에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검색해봤다. 다들 나랑 별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당신들은 베트남어를 할 줄 알거나 한국인 사수가 있긴 하구나. 한두 시간 동안 긴 글을 다 읽어버렸는데 집에서는 이런 거 읽을 때 집중도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사무실에서 읽으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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