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관하여
'지금 하는 일이 저한테 맞는 일일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에게 맞는 적성은 평생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적성은 누군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검사로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알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 상에 알았던 인류의 99%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본 적도 없고 그걸 고민해볼 기회조차도 없었다. 수렵 채집하던 때는 물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불과 200년 전까지는 신분제 사회였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나에게 맞는 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신분에 맞게 사전에 정해진 일을 해야만 하는 삶이었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자유롭게 직업을 고민하고 선택하기 시작한 건 불과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세대는 적성이라는 것을 처음 찾아보는 세대가 됐으니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을 때는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한테 완전히 딱 들어맞는 일을 해야 열정이 나오는 유형이 있다. 그런데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일단 시작을 어떤 일이든 하면서 열정과 몰입이 계속해서 슬슬 나오는 유형들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두 유형을 구분한다. 전자는 접합 이론가, 후자는 개발 이론가라고 한다.
누가 맞고 차이점은 뭘까?
적합 이론가는 경력 초반에 자신이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일을 할 수 있게끔 자주 직무나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주어져야만 최적일 일을 찾고 몰입한다. 반면에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고 난 다음에 그것에 대한 열정과 의미를 점차적으로 증가시켜 나가는 개발 이론가는 일의 종류보다는 조직과 사회가 주는 존경과 감사에 가치를 두고 열정이 증가한다. 적합 이론가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고, 개발 이론가는 그 일이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적성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과 그 범위가 상당히 넓게 포진되어 있어서 꽤 넓은 범위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두 그룹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결과 자기의 직업에 행복감을 느끼고 실제로 우수하게 일을 해내는 정도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맞고 틀리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내가 어떤 타입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딱 맞는 일을 찾았을 때만 열정이 나오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일에 대한 평가를 해봤을 때 아주 좋거나 아주 싫거나 아니면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엉망이거나 큰 편차가 나타난다. 일이 딱 맞아야 열정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일의 종류가 안 맞을 때 완전히 다른 일로 바꿔야 된다. 반면에 일단 시작한 일에 열정이 점점 생긴다면 전혀 다른 일로 전업을 하면 오히려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열정이 쌓이면서 생긴 노하우나 경험을 계속해서 부분적으로 활용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직업을 바뀌기보다는 직무를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우리는 더 오랫동안 일을 해야 된다. 직업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를 더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길 바란다.
자료 출처: 사피엔스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