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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퐁당 Oct 23. 2021

생명을 위한 머뭇거림

[WITH] #21

사무실에 벌 한 마리가 들어왔다.

이 생명체와 어떻게

평화로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머뭇거렸다.

-

그때 누군가

"벌레 하나로 참, 답답하게" 하더니

"비켜" 하곤 청소도구를 가져와 내리쳤다.

-

쿵-

정적이 흘렀다.

그 짧은 정적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

그녀와 달리

나는 벌을 죽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과,

나의 그런 행동이 아빠에게 배운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

집에 벌이 들어왔을 때마다

아빠는 무서워하는 나를 두고

벌레들도 생명이라며

휴지로 살짝 감싸 창으로 날려 보냈다.

-

그때는 겁에 질린 나머지

아빤 왜 위험을 감수하고 날려 보내지?

그러다가 쏘이면 어떻게 했는데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행동이 당연한 거였다.

작은 생명이어도 존중하는 아빠를 본 내게

벌을 죽이는 옵션이 없었던 것처럼.

-

그녀가 답답해한 머뭇거림은

사실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사는 우리가 가져야 할

당연하고 중요한 행동임을,

정적 속 침묵이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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