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중년생 홍대리 Apr 08. 2021

아이가 징글징글하다고?
아이는 부모가 지긋지긋하다!

엄마의 오해#2


지난봄, 나와 함께 코칭 수업 중이던 중학생 아이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연합고사 딱 2주 남았는데 공부 하나도 못해 큰일이에요.”


게으름을 부리다 시험이 목전에 와서야 빠짝 애가 탔던 것이다. 고민하던 아이는 내게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이번 연합고사에서 어떤 결과를 원하는데?”

“10점이라도 꼭 성적을 올리고 싶어요. 어쩌죠, 선생님?”


공부는 안 하면서 성적만 올리고 싶어 한다고 따끔하게 혼을 낼 법한 일이었지만, 코칭(Coaching)이란 ‘잘못한 아이에게 격려, 잘한 아이에게 칭찬’이란 모토처럼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에게 방법을 가르쳐주는 컨설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있고, 그 해결 방법 또한 잘 알 고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서 변화・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코칭의 역할이다.




<코칭 대화법>

문: 지금처럼 2주를 보내면 10점 올리는 게 가능할까?

답: 아뇨, 힘들 것 같아요. 오히려 더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죠.

문: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 음, 여친 안 만나고, 게임 줄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공부하면 될 것 같은데…….

문: 우와, 잘 알고 있네. 그럼 이제 결심만 남았네?

답: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문: 그럼, 네 안에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으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네가 노력한다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니?

답: 당근 점수가 올라가겠죠.

문: 점수 올리는 것을 통해서 네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지?

답: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문: 좋아. 그러면 네가 지금 당장 그것들을 시행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답: 엄마 잔소리요. 힘 빠지거든요.

문: 그건 내가 도와줄게. 그러면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겠니?

답: 오늘부터 시작하겠어요.

문: 네가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답: 플래너에 쓰고 선생님한테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문: 그것을 다 이뤄냈을 때, 너는 자신에게 어떤 보상을 해주고 싶니?

답: 짜식, 잘했어, 하고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어, 라고요.

문: 엄마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답: 기특하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어.

문: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기분이 어때?

답: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요.

문: 선생님은 너를 믿어. 너는 분명 잘할 수 있어. 유 캔 두 잇!

답: 아이 캔 두 잇!(하이파이브)


나와 아이는 2주 동안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체크했다.

문: 공부 중?

답: 여친 만나고 싶어 죽겠어요! 딱 1시간만 만나고 열심히 공부하면 안 될까요?

문: 그렇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니?

답: 음…… 계획대로 공부 못하고 당연히 점수도 안 나올 것 같아요.

문: 지금 잠깐 참아낸다면 너는 정말 멋지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다시 한번 점수가 오른 상황을 상상해 보렴. 어때?

답: 신나고,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아요.

문: 오케이. 그러면 지금의 어려움 극복할 수 있겠지? 너는 잘할 수 있어. 파이팅!




아이들 말을 들어주며 미래지향적으로 결론을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코칭 대화법이다. 아이는 2주 동안 갖은 유혹을 참아내고 열심히 공부해 연합고사에서 10점이 아닌 30점이라는 놀라운 성적 향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시험이 끝나고 다시 만난 아이는 이상하게도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부모님께 칭찬 많이 들었겠다고 묻자, 아이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성적표 보여줬더니 왜 그것밖에 못 올렸냐고 그러던데요. 우리 엄마는 안 돼요.”


우리 부모님은 절대 안 변해요!

부모는 애들이 안 된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부모가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지 못할 때, 정작 아이는 부모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코칭 강의를 하다 보면 아이보다 뒤처지는 부모들을 볼 때가 무척 많다. 일례로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초등학생이 있는데, 엄마는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공부를 강요하기만 한다. 그 결과 아이는 성격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반면 엄마는 아이가 성적만 좋으면 무조건 오케이다.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믿음에 경도된 엄마는 ‘아이’를 믿는 것이 아니라 ‘성적’을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 아닌 ‘아이’를 믿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크고 작든 간에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다. 그 답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엄마는 옆에서 도와주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아이의 변화 이전, 엄마의 변화가 필요하다. 엄마의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



                                                                                                                                                written by mom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과의 가족회의 시간이 기대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