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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Mar 29. 2021

게임 중독 아이를 믿음으로 키우는 마음

큰바위 얼굴 같은 믿음

대한민국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내 집 마련, 재테크, 사회적 성공 등등 다양하겠지만 아마도 자녀 교육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을 자녀 교육에 쏟아붓는 집이 허다하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자녀를 교육하는 부모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 과연 이만하면 잘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자녀 교육을 가정이 아닌, 가정 밖의 학교와 학원 교육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초, 중, 고 12년이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기에 어쩔 도리가 없음을 잘 알지만, 정작 교육에 관한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 갈팡질팡할 뿐, 명확한 교육 철학을 세운 부모는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교육 정책은 성적 위주의 입시 패턴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데, 사회는 성적만큼 창의력도 중요하다고 하고, 리더십과 친화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국에는 수능 성적도 올려야 하고, 인성 훈련과 21세기에 맞는 리더십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아이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재능을 꽃피울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등 대한민국 부모는 만능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철인 로봇이 되어 이 모든 것들을 익혀야 해 하루가 다르게 지쳐가고 있다.


하기야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으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그러나 부모의 능력을 쥐어짜고 또 쥐어짜서 아이를 키워도 어긋나기만 하는 게 현실이다. 왜 그럴까? 왜 부모 마음을 이리도 몰라줄까? 매일같이 속을 까맣게 태우기에 바쁜 우리 부모들… 그런데 이런 현실이 과연 아이만의 문제인지, 혹시 우리 부모들이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성호는 게임 중독이었다. 밥만 먹고 나면 게임, 게임, 또 게임! 밤을 새도 게임만 하면 피로가 싹 가시는 신통한(?) 아이였다. 게임은 전교 1등이었지만, 성적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전교 꼴등 수준이었다. 툭하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수학 20점을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였다. 그러나 성호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성호가 기적적인 반전을 이루기까지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엄격하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셨지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없다. 엄마도 무척 엄격해 학교 성적이 나쁘면 꿇어앉아 무섭게 매를 맞았고, 잘못을 저지르면 다짜고짜 야단에 매가 날아왔다. ‘우리 엄마는 와 이리 무섭노? 내가 뭘 잘못했는지 차근차근 따뜻하게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하고 힘들어하던 어느 날인가는 심지어 ‘우리 엄마 혹시 계모가 아닐까? 옆집 아줌마들은 그래도 따뜻하고 친절하시던데…...’ 하고 의심을 한 적도 있었다. 다 자식 잘되라고 하신 거겠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만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던가. 


‘엄마는 왜 나를 낳았을까?’라고 수없이 되뇌던 힘든 기억들 때문이었을까. 정작 내가 엄마가 돼 아이를 키우자니 두렵고 막막했다. 두려움 때문에 나는 일부러 더 수많은 교육 서적을 읽고 공부했다. 아이들이 나와는 달리 ‘그래도 잘 태어났다, 우리 엄마라서 행복하다.’ 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아이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아이가 부모에 만족하기를 바랐고, 부모로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걸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는 나다니엘 호손의 『큰바위 얼굴』처럼 내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큰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되리란 전설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고, 자신도 높은 곳에서 묵묵히 내려다보는 바위를 닮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해, 마침내 큰바위 얼굴이 된 아이..


나는 부모가 먼저 아이의 큰바위 얼굴이 될 때, 아이 역시 큰바위 얼굴 같은 멋진 삶을 살아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웠다.


1. 아이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보자

2. 믿어주자! 믿어주고, 믿어주고 또 믿어주자! 절대적으로 믿어주자!

3. 아이가 무얼 잘하는지 관찰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같이 찾아주고 밀어주자!

4. 실수나 실패를 좋은 경험으로 바꿔주자. 에디슨이 수많은 실패를 통해 마침내 전구를 발명, 인류의 역사를 바꿨듯이.

5.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자. “You can do it!"

6. 언제나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자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다.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괜찮아.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아이들이 내 진심을 믿지 않을 때도 있었다. 심지어 못했는데도 잘했다고만 하니 오히려 쪽팔린다며 오버하지 말라고 하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말하고 또 말했다.


“너희들이 세상에서 최고야. 뭐 어때? 한번 실수한 거 갖고, 실수해도 괜찮아! 에디슨도 아인슈타인도 낙제생이었어. 엄마는 너희가 천재라고 생각해!”


그럴 때마다 깔깔 웃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진짜로 자신이 천재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성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잊지 못한다.


"어머니, 성호가 전교 1등을 했어요!"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 같았다. 그날 성호가 나와 남편에게 해준 이야기도 똑똑히 기억한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절 믿어 주시고, 프로게이머 되라고 야자 빼 주시고, 수학 20점을 맞아도 '넌 천재야 잘할 수 있다.' 고 용기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잘할 게요."


그날 이후 더욱 정진해 자신의 꿈을 이뤄낸 성호! 아이는 믿어주면 반드시 스스로 해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준 성호! 백령도 해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노란 편지 봉투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 같은 부모님, 사랑합니다!"라고 쓴, 좋은 부모가 되고 싶던 우리의 꿈을 이루게 해 준 멋진 녀석! 


나는 내 아이를 믿었다. 아이를 믿어주고 또 믿어주었다. 믿는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절감하는 나날의 연속이지만, 나는 성호를 위해 믿고 또 노력했다. 그리고 내 믿음의 씨앗이 마침내 기적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우리 엄마들 부디 힘을 내자. 우리 아이들을 믿어주자. 아이는 우리가 믿는 만큼 자란다. 아이를 믿어줄 수 있다는 엄마 자신의 믿음이 무엇보다 더 절실히 필요하다. 그로 인한 엄마의 스스로의 뿌듯함은 삶의 어떤 것 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다.



위 글은 전지적 어머니 시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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