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중년생 홍대리 Sep 08. 2021

아이에게 부모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친구!

내가 잘 알고 있는 지인 딸이 대학교에 입학한 뒤 전공과는 상관없는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다. 원래 아이의 꿈은 사진작가였지만, 성적이 상위권이었기에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명문대 문과대학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 아이는 부모 몰래 전공은 팽개치고 전국을 떠돌며 사진을 찍었다. 재능이 있어서인지 차츰 실력을 인정받았고, 몇 년이 흘러 마침내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개최했다. 사진전이 열리던 날, 어느덧 어엿한 사진작가로 큰 아이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초대했다. 그러나 사진전을 찾은 엄마가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니 꼴랑 이거 보여주려고 엄마, 아빠 서울까지 올라오라고 했나?”

순간 아이의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속삭였다.

“진짜 엄마 맞아?”


부모의 뜻에는 반하는 일이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해 멋진 사진전을 열 정도가 됐으니 부모에게 자랑하고 인정을 받고 싶었던 아이는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처럼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칭찬하는 말은 입에서 잘 안 나와도 야단치는 말은 술술 잘도 나온다. 자신의 부모에게서 그렇게 배워왔고, 잘못된 배움대로 자신 역시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울 수 있을까?”


해답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자녀를 최고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 위의 이야기처럼 부모가 못났는데 자녀만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욕심일 뿐이다. 따라서 아이를 최고로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부모에 따라 답이 각양각색일 텐데 경제력이 밑받침되는 부모는 최고의 교육이라는 양질의 물량 공세를 선택할 테고, 학력이 풍부한 부모는 몸소 체득한 노하우를 활용할 것이다. 문제는 모든 부모가 경제력과 학력, 지력이 풍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앞 장에서 말한 성적표를 식탁에 깔아놓는 아빠처럼 최고의 선수도 최악의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력도 부족하고 학력, 지력도 부족한 많은 부모가 아이 교육에 한없는 패배자처럼 행동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자식 교육에 정답은 없다. 아니, 딱 하나 정답은 있다. 바로 부모만의 교육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


나와 남편이 정한 교육 철학은 거듭 강조하듯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와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그중에 하나가 ‘아이의 꿈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많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묻는다.

“우리 귀염둥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대통령이 되겠다,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되겠다며 아이는 꿈을 신나게 이야기하고, 부모는 흐뭇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다. “애들 꿈이 다 그렇지, 내일이면 또 바뀔 건데.” 하고 그냥 넘어갈 뿐이다. 그러나 나와 남편은 한 발자국만 더 행동하자고 다짐했다. 


성호의 첫 꿈은 요리사였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동생이랑 엄마, 아빠한테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와 남편은 한 귀로 흘려듣지 않고 성호의 요리사 꿈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선물했다. 울산에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천 원짜리 김밥 집을 찾아가 김밥을 맛있게 마는 방법을 보여주고, 최고급 호텔에서 다양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여줬다. 유명한 일식집을 찾아 직접 주방장에게 부탁해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성호에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선물하기도 했다. 하다못해 명절에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송편을 빚을 때도 똑같은 모양이 아닌, 공룡 모양, 로봇 모양의 송편을 빚으며 음식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40권짜리 장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빌려 온 식구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성호는 다른 아이들처럼 금세 요리사라는 꿈을 접고 다른 꿈을 꾸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헛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선물했으니 그보다 좋은 교육이 어디에 있겠는가!


2009년 해병대에 입대한 성호가 노란 봉투에 편지를 보내왔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 같은 부모님, 사랑합니다!”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옆에서 함께 읽고 있던 남편이 험, 험, 헛기침을 했다.

“짜식, 전 세계 부모님을 다 만나봤는가?”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식의 평가. 그것은 대통령이 주는 표창보다도 더 멋진 상이었다. 세상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심지어 남편을 만나 결혼할 때보다도 더 기쁜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성호는 말한다.

“어떻게 그 많은 시간 동안 항상 할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었는지 신기해요. 단 한 번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어요. 언제나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주던 엄마, 아빠에게 정말 감사해요.”

자식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란 이런 것이 아닐까?


서울까지 힘들게 올라와 자식에게 상처만 준 엄마가 내게 후회의 말을 했다.

“내가 그 순간에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애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만 하면…….”

“딸아이와 관계를 회복하기 바라시죠?”

내 물음에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꾸고 싶죠. 정말 잘 지내고 싶죠. 그런데 왜 애만 보면 마음처럼 행동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자책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에요. 지금이라도 전화를 하세요. 엄마가 너를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녀는 얼마 뒤 딸아이에게 한 통의 전화를 했다. 용기를 내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한마디에 꽁꽁 얼어붙었던 모녀 사이는 봄눈 녹듯 풀어질 수 있었다.




엄마의 긍정적인 행동이 아이를 바꾼다. 부모가 아이를 따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를 따르기 마련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자유방임인 것 같지만, 그 밑바탕에는 아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깔려 있다. 아이의 꿈과 의견을 일단 믿어주는 믿음이 바탕이다. 오늘도 속 썩이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어떻게든 아이를 올바로 키우려고 노력하는데 백약이 무효하다면, 일단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집중

해 보자.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나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부모라는 존재가 되었다.

2021. 8. 26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첫 아이의 출산. 나는 친구같이 좋은 아빠가 될 준비가 되었을까? 살아가면서 부모님께서 주셨던 사랑처럼 아이를 대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아이 입에서 먼저 부모로서의 나를 인정해주는 말을 듣기를 기대하며 기저귀를 갈아본다...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성적'을 믿는 엄마, ‘아이’를 믿는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