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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Oct 05. 2021

아이의 멋진 미래를 꿈꾼다면
아이의 체력을 향상시키자

청소년 지옥훈련 캠프 경험

우리나라는 동·하계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스포츠 강국이다. 김연아 선수가 아름다운 스케이팅으로 전 세계의 피겨 마니아들을 열광케 하고, 박태환 선수는 동양인이라는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서양의 선수보다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따낸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한국의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우리나라 최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매해 실시되는 체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체력 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키와 체중은 불어나는데, 체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초등학교 때나 체육 시간을 준수하지 중학교만 돼도 체육이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생활 체육이 강조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학교에서 ‘체육’은 엘리트 체육일 뿐이다. 각 종목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만이 땀을 흘릴 뿐, 일반 아이들은 체육 활동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그 책임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아이들에게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일 때 비로소 얻게 되는 즐거움과 효과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제 밖에 나가서 뛰어놀라고 하면 아이들은 말한다.

“땀나잖아요. 힘들어서 싫어요. 흙먼지 마시면 건강에 안 좋지 않나요?”


성호 역시 학교, 게임, 밥, 잠이라는 단순한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중학교 3학년 때 키는 170센티미터도 안 되는데 몸무게는 90킬로그램을 육박하고 있었다. 컴퓨터 게임 속의 자신은 점점 강해져가고 있지만, 게임 밖 현실에서는 점점 무기력해지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성호는 현실의 자신이 싫어 오히려 더 게임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고, 공부 좀 하려고 책상에 앉아도 고작 20여 분 버티는 게 성호의 한계였다. 게임을 할 때는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수 있던 의자에서 공부는 채 20분도 버티지 못하는 모습. 바로 고통과 싫증을 참아내는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중 3 여름 방학도 어느새 2주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가족끼리 근교의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고 있는데,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식당에서 매년 여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송림 캠프’라는 9박 10일간의 극기 훈련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중 3 여름 방학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집과 게임방이나 들락거리며 허송세월 하던 성호에게 무언가 새로운 계기가 없을까 고민하던 내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공부하는 절대적인 시간과 질이 달라지니 그에 대비한 체력 단련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슬쩍 성호에게 의견을 물었다.


“살도 빼고 체력도 기르고 정말 좋은 기회 같은데, 어때? 성호도 참가해볼래?”


당연히 몸을 쓰며 움직이는 게 싫어 미적거리는 성호를 나는 프로게이머들이 즐겨 쓰던 고가의 컴퓨터 마우스를 사주겠다고 꼬드겨 겨우겨우 참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호 혼자 낯선 아이들과 함께 캠프에 참가해 10일을 뒹굴 걸 생각하니 안타까워, 힙합 춤을 배울 때처럼 성호 친구 엄마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넣어 친구 여덟 명을 함께 참가시켰다.


결과적으로 우연히 참가한 ‘송림 캠프’는 성호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경험이었다. 지금도 성호는 송림 캠프를 떠올리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해병대 훈련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휴대폰도 지참 못하고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된 고립무원 상태로 새벽 4시에 기상한 성호와 친구들은 밤 12시까지 달리기, 검도, 스트레칭, PT체조, 파워 트레이닝, 등산 등등 신체와 정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훈련을 받았다.


게임만 하던 평화로운 삶을 산산조각 내고 체력과 멘탈을 강화시켰던 캠프 경험


며칠 뒤 캠프를 찾아 조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잠깐 성호와 면회를 했는데 “옛.” 하고 우렁찬 구령을 붙이며 뛰어나오는 성호의 몸에는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성호가 조교가 사라지자 대뜸 울고 불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거였다.


“엄마, 앞으로 뭐든지 다 할 테니까 제발 이곳에서 탈출 좀 시켜줘!”


죽을 만큼 힘들어 등산을 하다가 벼랑으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다나. 그러고 보니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며칠 만에 볼이 홀쭉해질 만큼 살이 쪽 빠진 걸 보니 정말 힘들기는 힘든가 싶었다. 나는 힘들어하는 성호에게 말했다.


“성호야, 세상을 살다 보면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정말 많아. 그랬을 때 엄마, 아빠가 없어도 꿋꿋이 살려면 이 정도는 미리 경험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힘내. 나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


마침내 10일간의 캠프 훈련을 무사히 끝내고 열린 수료식에 참관한 우리 부부는 극기 테스트를 통과하는 성호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참관한 부모들 모두가 감동의 눈물바다였다.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까지 참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1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씩씩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힘든 시범을 보일 때마다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집과 학원만 뱅뱅 도는 아이들이 언제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겠는가.


성호가 해병대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때 맛본 꿀맛처럼 달디 단 물맛을 잊을 수가 없어 해병대에 지원했다니 성호도 참 별난 아이이기는 하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10일간의 송림 캠프는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새카맣게 타 집으로 돌아온 성호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10일 동안 4킬로그램이 빠진 것은 둘째 치고, 물렁물렁하던 몸이 단단해져 있었다. 더해 몸이 단단해진 만큼 마음도 단단해진 것 같았다.


성호는 지금도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 어떤 험난한 일이 닥쳐도 송림 캠프 시절을 떠올리며 버텨낼 수 있다고.




기원전 2세기경 로마의 작가 유베날리스가 말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ANIMA SANA IN CORPORE SANO)’

이 경구의 첫 글자만을 따서 지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 상표가 아식스(ASICS)이다. 기원전 2세기에도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멋진 미래를 꿈꾼다면 아이의 체력을 향상시켜라. 몸이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효과가 있다. 그뿐인가. 집중력을 향상시켜 공부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생의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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