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떡집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이담이 봄나래에게 물었다.
"원래 떡을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누가... 저보고 떡집을 차려보라고 권유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봄나래가 차분히 답했다.
"이 봄날의 떡집이라는 상호는 어떻게 정한 건가요? 이봄나래라는 사장님의 성함과 관련이 있나요?"
"맞아요. 이름에서 떠올렸어요. 이 봄날에와 이 봄날의 떡집 중에 고민하다가 후자를 골랐어요. 가끔 이 봄날에로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하곤 해요."
봄나래가 욱씬거리는 가슴을 달래려 물을 삼켰다.
30분 정도 이어진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그동안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을 찍던 진서가 말문을 열었다.
"근데 봄나래 누나는 어떻게 은하수리로 왔어요?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떡집 차리러 오기에는 먼 곳이잖아요. 연고도 없고."
봄나래의 눈빛이 떨리는 것을 본 이담이 다급히 진서의 시선을 끌었다.
"내가 언니한테 우리 동네로 오라고 했어. 마침 좋은 자리도 나고 해서. 자자. 오늘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담이 서둘러 마무리를 지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이담과 봄나래의 묘한 분위기에 진서도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언니. 우리 이만 갈게. 인터뷰 해줘서 고마워."
봄나래가 미소를 지어보이고 카메라를 가져오면서 진열장 안에 넣어둔 포장된 떡을 꺼냈다.
"이거 사진관 사장님이 놓고 가셨어요, 아침에. 아드님 떡 사주신다고 오셨다가."
이담이 근희가 두고 간 카메라를 건넸다. 큼큼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진서가 카메라를 받았다.
"감사해요."
"그리고 이건 선물이에요. 가을에는 국화떡이 좋아서. 가족 분들과 드세요."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네요. 여기 떡 좋아하시거든요. 고마워요, 누나."
두 사람을 배웅한 봄나래가 떡을 만들고 남은 국화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노란 꽃을 들어 올리니 국화향이 코끝에 닿았다.
"이게 편해지는 길이라면..."
봄나래가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물 잔에 떨어뜨렸다. 떨어진 꽃이 일으킨 물의 파동이 컵에 닿았고, 잠수하듯 가라앉던 꽃이 물 위로 떠올랐다.
"기꺼이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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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잘 나왔지?"
진서가 카메라 LCD화면을 이담에게 보여줬다. 그 안에는 이담이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너, 사진 좀 찍네? 최근에 본 내 모습 중에 제일 예뻐. 바로 보내줘. 프로필 사진 바꾸게. 자, 출발!"
사진에 만족한 이담은 흥에 겨워 시동을 걸었다. 떡집을 떠난 이담의 흰 트럭이 마을길을 천천히 달렸다.
"봄나래 누나는 되게 예민하고 섬세하다. 촉이 좋은 사람? 한편으로는 겁도 많아 보이고."
사진을 넘겨보던 진서가 카메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비슷해. 언니는 겁쟁이야. 3년 넘게 마을 구경 한 번을 안 해. 떡집이랑 집만 오가면서. 가끔 한 번씩 어딘가 휙 다녀오기만 하고."
이담이 핸들을 돌리며 답했다.
"말투는 투덜대는데 불만보다는 걱정 같다? 무슨 일 있었어?"
"모르는 게 약이다."
"누나가 아니라 할머니야. 우리 할머니랑 하는 말이 똑같아."
"그렇게 부르시던지. 해나랑 해율이 자전거 탄다."
이담이 슈퍼 앞마당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보고 말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자전거 배웠는데."
진서의 혼잣말에 이담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저쪽에 세울게."
이담이 담담한 문장을 뱉으며 트럭을 멈춰 세웠다.
"공승재라는 사람 좋아하지?"
"뭐?"
안전벨트를 풀던 이담이 멈칫했다.
진서가 아까 보여줬던 사진을 다시 이담의 눈앞에 들이밀듯 보여줬다. 축소된 사진 속에는 마주보며 웃고 있는 사람이 둘이었다.
"카메라는 거짓말 안 한다니까."
진서가 카메라를 흔들어 보이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
"삼촌!"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진서에게 달려왔고, 진서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차에서 내린 이담은 트럭에 기댄 채 진서의 카메라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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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봄날의 떡집' 1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