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민이라는 이름

by 신성화

작명을 고심한 끝에 민민은 민민이 되었다. 듣기에는 단순한 이름이지만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고민했다.


첫 이름 후보는 벤츠였다. 벤자민의 '벤'자를 따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었다. 벤츠라는 유명한 자동차 회사의 이름은 멋졌다. 하지만 벤자민 나무에 벤츠라는 이름은 안 어울렸다.


다른 이름을 생각해야 했다. 첫 글자에 비읍이 들어가면 좋을듯 해서 여러 이름을 떠올렸다. 베민, 베로나, 베르디, 베베, 벤티, 벤야민, 베르사체.


베르사체... 베르사체?

왠지 힘 있고, 우아한 어감이었다.


베르사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어디서 들어봤기에 그냥 갖다 붙였다. 그렇게 벤자민 나무는 베르사체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살았다.


다음날. 베르사체~ 하고 부르는데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벤자민 나무와 베르사체라는 이름이 안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 이국적인 단어가 내 입에 붙지 않았다. 베르사체라고 불린 벤자민 나무를 바라보니 벽이 하나 생긴 느낌이었다.


어딘가에서는 베르사체로 불릴지도 모르지만 내가 부르지는 못 하겠더라. 주로 두 글자 이름을 부르던 나로서는 네 음절 이름이 길었다. 두 글자로 이루어진, 부르기 쉽고, 정감있는 이름을 원했다.


뭐가 좋을까?

역시 단순하고 귀여운 게 최고였다.


민민.


첫 글자 비읍을 포기하고 벤자민의 뒷글자 하나를 따서 반복했다. 그러자 벤자민 나무와 나 사이의 거리가 확 가까워졌다. 썩 뛰어난 작명 실력은 아니다만 어쨌든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그 순간,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떠올랐다. 민민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민민은 내게 어떤 의미가 되었다.


소설을 끼적일 때도 그런 순간이 있다. 어떤 인물의 이름을 A에서 B로 바꿔 부르는 순간, 그 인물이 바로 꽃이 되는 일이. 그러면 그 인물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간다. 제대로 어울리는 이름 하나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이름을 지어 부른다는 건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이제 벤자민 나무는 그냥 벤자민 나무가 아니다. 나의 민민이 되었다. 민민이라는 이름으로 민민이 되었다.


참 좋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벤자민 나무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