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월동 준비

by 신성화

민민은 분갈이 이후 개인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낮에는 난방도 되고, 햇빛도 들지만 밤중에는 춥지 않을까 걱정이다.


벤자민 나무의 원산지는 인도나 말레이시아. 민민은 아마 한국에서 태어났겠지만 따뜻한 걸 좋아하는 성질은 변하지 않았을거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밤 동안 민민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손재주라도 좋으면 뜨개질을 해서 만들어주겠지만, 내가 만들면 완성도 전에 봄이 올 거다.


방법은 간단한 가내 수공업 뿐. 나무보온재라는 제품을 구매했다. 은박지 비스무리한 것이 표면에 붙은 부직포재질의 무언가다. 가로수 줄기를 감싼 은색의 무언가를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맞다.


민민의 줄기 굵기는 새끼 손가락 둘레만큼도 안 되므로 이파리를 포함한 화분 전체를 감싸야했다.


원래 계획은 바닥이 뚫리고 뚜껑이 달린, 원기둥 모양으로 만드는 거였다. 오래전 수학 시간에 배웠던 원기둥 겉넓이 구하는 공식을 떠올렸다. 수학시험 때도 가물가물하던 공식이 이제와서 생각날리 없었다.


눈대중으로 보니 보온재의 세로 사이즈랑 화분 둘레 사이즈가 비슷했다.


남은 건 높이였다. 자를 들어 화분을 포함한 민민의 높이를 쟀다. 넉넉하게 50cm였다. 보온재에 표시를 하고 가위로 좌아악 갈랐다.


자른 그대로 양 끝을 맞물리기만 하면 화분을 다 감쌀 수 있었다. 이 작업은 스테이플러가 한 몫했다. 은색 보온재에 은색 스테이플러 심으로 마무리하니 티가 안나서 좋았다.


민민의 월동 준비는 5분 만에 끝났다.


민민에게 스윽 옷을 씌웠다. 무려 세기말 의상을 빌려입은 듯한 은박지 옷이다. 기쁨의 테크노라도 춰야하나.

얼렁뚱땅 조악하게 지어진 옷이지만 따뜻해 보인다. 깡통로봇 같기도 하고... 남은 보온재로 팔과 다리를 만들고, 눈알까지 붙여보려다 그만 두었다. 변신로봇 민민이 될까봐.


화분에 옷을 입혀주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민민이라 가능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민민에게 마음을 쏟는 일이 불안하다. 나는 왜 무언가를 사랑하면 걱정도, 겁도 많아질까. 사람에게든, 식물에게든 좀 더 대범하면 좋겠는데. 마음 한쪽에 샘솟는 두려움은 살살 잘 달래봐야겠다.


민민.

밤새 따뜻하게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