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핸드폰 진동이 요란스레 울렸다.
엄마.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나는 음, 음 하며 두어 번 목청을 다듬었다.
“밥은 먹었니?”
화면을 밀어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엄마가 물어왔다.
“응.”
나는 ‘밥’이라는 단어에 담긴 온갖 종류의 걱정을 삼키며 답했다.
“정말 먹은 거 맞니? 목소리는 또 왜 그래.”
“먹었어. 잠깐 누워있어서 그래요.”
“너 혼자 괜찮겠어? 엄마는 네가 내려왔으면 해.”
“엄마. 나 괜찮아요.”
침묵과 침묵. 무겁게 흐르는 정적 안에서 맞닿은 말없는 대화. 누구도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말들.
“……. 네 뜻대로 해주고 있는 거야. 아니다 싶으면 그땐…….”
“알겠어.”
“그땐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네. 끊어요.”
엄마와의 짧은 통화 후 핸드폰을 보니,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밀려 있었다.
메시지를 건성건성 훑었다. 세상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돌아가며 쓸데없는 메시지를 많이도 보낸다. 나는 불필요한 메시지를 전부 삭제했다.
친구들에게 온 몇 개의 메시지에도 일일이 답장을 했다. 걱정과 위로의 문자들. 지난 상황은 지워지고, 조심스럽게 남은 사람의 안부만을 묻는 친절.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얼마 전의 아득한 날. 나는 그들이 애써 말하지 않는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무던한 노력이었다. 여름의 초입. 한기가 들며 식은땀이 흘렀다.
모든 답장을 마치고 나는 마지막으로 진우의 이름을 눌렀다.
연달아 이어진 두 개의 메시지.
‘누나.’
‘내일 시간 되는데. 같이 가는 게 어때?’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언급은 생략되어 있었지만, 그 빈칸으로 남겨진 단어를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왼쪽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이미 짧아질 대로 짧아진 손톱이 점점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훤히 드러난 살갗에 입술에서 기분 나쁜 피 맛이 느껴졌다. 나는 핸드폰을 왼손에 옮겨 쥐고, 이번엔 오른쪽 엄지손톱을 물었다.
왼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밀어, 진우가 보냈던 메시지들을 다시 확인했다. 특정일까지 올라가, 그곳에서부터 메시지들을 천천히 읽어 내렸다.
‘아무래도…… 꽃집 잠깐 쉬는 게 어때? 아니면 내가 좀 도울게.’
‘누나가 말한 대로 큰 짐들은 내가 치웠어. 다른 물건들은 방 안에 모아뒀고. 나중에 확인해줘. 다음 주에 한 번 더 갈 건데, 같이 가는 게 어떨까?’
‘살이 많이 빠졌더라. 잘 챙겨먹고 있는 거지?’
‘희찬이형 결혼식 잘 끝났어. 혹시 궁금할까봐.’
‘아줌마 전화 오셨어. 걱정 많이 하시더라. 괜찮다고 잘 이야기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병원비 안 보내줘도 된다니까.’
‘매일 배달 갈 거야. 먹기 싫어도 조금씩이라도 먹어.’
‘주인집 할머니를 만났어. 남은 짐은 천천히 정리해도 괜찮대.’
‘누나.’
‘아무 때나 연락해.’
진우가 남겨놓은 짧은 메시지들에 모여 긴 글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주로 응, 한 글자 때로는 사라진 숫자 1로 대답을 대신했다.
남은 사람의 안부를 묻는 일. 진우는 나의 하루를 꾸준히 물으며, 자신의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또한 남겨진 사람이었기에. 나는 메시지에 담긴 진우의 위태로움을 읽었다.
가장 최근에 도착한 진우의 메시지에 다다랐다. 내일 함께 가자는 진우의 말. 나는 그 말을 계속 곱씹어 읽었다. 빈칸으로 남겨진 단어가 몰고 온 무언의 충격. 머뭇거리던 나의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제는 내 몫이었으므로.
‘고마워. 오늘 혼자 다녀올게.’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는 후, 하고 숨을 뱉었다.
곧바로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혼자 괜찮겠어? 같이 가. 내가 오늘 시간 내 볼게.’
진우의 답장은 빨랐다.
‘아니야. 그냥 혼자 다녀올게.’
진우에게 보낸 메시지 옆에 뜬 숫자 1은 사라졌지만 이번 답장은 더뎠다.
‘마음 바뀌면 언제든 연락해.’
잠시 후 도착한 진우의 메시지에 ‘응.’이라는 답을 보내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