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빛

1.

by 신성화

토요일 저녁. 비가 내린 후 빗물이 스민 거리.


도심 불빛의 반영이 빠르게 지나는 자동차들의 바퀴 아래서 일렁였다. 데칼코마니처럼 맞닿은 세계의 한 면은 짙게 물들어 갔고, 또 다른 한 면은 쉼 없이 출렁였다. 창틀에 팔꿈치를 기대고, 턱을 괸 채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다른 손으로 심장께를 꾹 눌렀다.


“어디 아파?”


신호에 멈춰선 태준이 걱정스레 물었다.


“아픈 건 아니고.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멀미인가?”


“아니, 멀미는 아니고……. 비가 내려서 그런가. 괜히 마음이 그래. 이제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둔 가방에 올리며 말했다.


“정말 괜찮은 거지?”


태준이 다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킷을 여몄다. 한기가 들어 몸이 살짝 떨려왔다.


그 모습을 본 태준이 차 안의 온도를 높였다. 나는 역시 세심한 남자라고 생각하며 태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핸들에 손을 올린 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태준의 모습을 나는 계속 바라봤다. 불빛을 받은 태준이의 얼굴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먼 옛날처럼 그리웠다.


나의 시선을 느낀 태준이 “왜?”하며 물었고, 나는 왼손을 내밀었다. 태준이 내 손을 보고서는 씩, 웃어 보이며 내 손을 잡았다.


항상 차가운 내 손에 늘 따뜻한 태준이의 손이 감겼다. 나는 태준이의 손을 꼭 잡으며 속으로 멀어지지 마, 라는 말을 했다. 어째서 그 말이 생각났을까. 나는 태준이의 손에 포개진 내 손과, 내 손을 그러쥔 태준이의 손을 보며,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태준이 두 번째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간질이더니, 곧 그와 내 손을 깍지 끼웠다. 나는 아까보다 조금 더 꼭, 태준의 손을 움켜쥐었다.


태준이의 따뜻한 마음에 차 안의 온도는 높아졌지만 나는 여전히 떨렸다. 가끔 야경에 물든 짙은 도시를 보면서 생기는 멜랑꼴리함이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나의 이유모를 떨림과 함께, 태준의 차가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얼른 들어가.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자고.”


“잔소리꾼.”


나의 대답에 태준이 웃었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한참 돌아가야겠다.”


“걱정하지마. 얼른 들어가.”


“응.”


차에서 내린 내가 태준을 배웅하려고 기다렸다.


“먼저 들어가.”


창문을 내린 태준이 말했다.


“자기 가는 거 보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태준을 바라봤다.


“고집쟁이.”


태준이 웃었다.


“오늘은 내가 먼저 가니까 다음에는 자기 먼저 들어가기다.”


태준의 말에 내가 “알았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하면 톡 할게.”


“응.”


“답 안 해도 되니까, 얼른 씻고 자.”


“알았어. 잠들면 안 하고, 안 자면 답장 할게.”


나의 대답에 태준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동차 바퀴가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를 참방이며 멀어졌다. 태준의 차 뒤로 나는 손을 흔들었다. 백미러로 나의 모습을 확인한 태준이 비상등을 두 번 깜박이며 답했다. 우리 둘만의 인사였다.


차가 골목을 오른쪽으로 돌아 빠져나갔다. 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 감기인가. 이상하네.”


나는 으슬으슬 떨리는 몸에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씻고 나와 휴대폰을 확인하니 태준이의 연락은 아직 없었다,


계속 한기가 드는 몸에 감기약을 하나 먹은 다음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전히 태준이의 연락은 없었고, 나는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잠을 밀어내려했다.


그러다 기억도 못할 어느 순간에 나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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