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원래는 그의 차가 세워져 있어야 마땅할 자리가 비어있다.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골목을 두 바퀴나 돌아봐도 비어 있는 주차공간은 그곳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빈자리에 차를 대놓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에서 커다란 상자를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비어 있었고, 하나의 상자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 하얀 걸레와 쓰레기봉투가 들어 있었다. 상자를 쥔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가 손이 저릿했다.
주인 할머니가 계시는 1층 집 대문 오른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가 살던 곳. 나는 차마 2층을 올려다보지 못하고 상자 옆으로 고개를 살짝 내민 채 앞만 보면서 걸었다. 발을 붙드는 땅을 밀어내고,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는 20cm의 계단을 차례차례 넘어가며 힘겹게 2층으로 올라갔다. 양쪽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져서 나는 여러 번 다리를 털었다.
그의 집 문을 열기 전 한참을 망설이다 도어록을 열었다. 손에 익은 비밀번호를 두 번이나 틀렸다. 문 열기를 거부하는 잠금장치가 원망스러웠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우두커니 서서 집 안을 바라봤다. 내가 선물한 디퓨져의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차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닫혀 있던 공간에 머문 코튼향이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거실이 텅 비어 있었다. 텔레비전도, 작은 테이블도, 함께 앉아 깔깔대며 웃던 소파도 없다. 그의 집은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었다. 헐거워진 공간에 그도, 그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들도 없었다.
멈칫.
신발을 벗으려던 나는 가만히 섰다. 사람들이 밟고 다닌 마룻바닥이 엉망이었다. 나는 신발을 신은 채로 발을 움직였다. 바닥을 디딘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걸으면 안 될 곳을 걷고 있는 기분.
나는 처음 방문한 집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측에 있는 화장실의 열린 문 사이로, 비워진 공간이 보였다. 바짝 마른 공간이 흘러버린 시간을 음울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방으로 향했다.
그의 방 안에는 침대도, 옷장도, 책꽂이와 책상도 없었다. 남아 있는 거라고는 책상이 있던 자리에 진우가 모아둔 물건들 뿐. 처분하지 못한 몇 벌의 옷과 몇 켤레의 신발, 두 사람이 담긴 작은 사진 액자, 편지 뭉텅이 같은 것들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곰 캐릭터가 새겨진 디퓨져 병에 담긴 코튼 향 액체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진우가 나와 관련된 물건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따로 빼놓은 모양이었다.
화장터에서 돌아오던 날, 나는 먼저 진우에게 말을 꺼냈다. 부탁이니, 먼저 집을 비워달라고. 진우는 알겠다고 했다. 가족이 없는 그의 집을 비워낼 사람은 나와 진우뿐이었기에.
진우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도무지 그의 집에 발을 들여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의 공간에 그만 없는 모습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숨소리마저 울리는 듯한 텅 빈 공간.
나는 쭈그리고 앉아, 하얀 운동화 앞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액자 중 하나를 들었다. 작년 여름, 그 숲에 가던 길에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나와 그는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갈색 벤치의 왼쪽에 앉은 그와 오른쪽에 앉은 내가 서로의 손을 포개어 잡고 있었다. 그와의 마지막 날처럼.
나는 급히 손에 든 액자를 뒤집어 내려놓고, 가슴께를 꾹 눌렀다.
뒤집힌 액자 옆에 놓인 다른 액자 안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은 뻣뻣한 동작과 어색한 표정. 처음으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는 이 사진을 좋아했다.
내게 같은 액자를 선물하면서 그는 “우리가 만든 어떤 처음이, 처음으로 기록된 순간이야.”라고 말했다. 평소에 사진 찍는 걸 즐기지 않던 내게, 그의 한 마디 말로 인해 의미 있게 남은 사진이었다. 지금은 상자 깊은 곳에 들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