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1.

by 신성화

카페 앞은 북적였다. 몇 자리 없는 카페 안의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고, 카페 밖으로 늘어선 줄과 줄 선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대부분이 여행자들이었지만 짧을지, 길지 모르는 아쉬운 헤어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희한하게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과 그들을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른 것이어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쪽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 저쪽은 떠나보내는 사람, 하고 나름 구별 지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막 카페를 나서는 선아 누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누나를 불렀다.


누군가 나와 선아 누나가 서있는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누나가 여행자이고 내가 누나를 떠나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누나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왜 여기로 왔어?”


누나가 물었다.


“그쪽이 너무 복잡해서.”


나는 누나가 들고 있던 커피 캐리어를 받아들었다.


“오른쪽이 진우 네 꺼, 왼쪽이 내꺼.”


나는 누나에게 음료를 건네고, 내 음료를 들었다.


“그리고 이건 선물. 내가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는 길에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누나는 내게 책을 건넸다.


“이거 엄청 오래전에 읽었던 건데.”


내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고 쓰인 책 제목을 읽은 뒤 말했다.


나는 책의 내용을 얼핏 기억 속에서 더듬었지만 명확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 전 독후감 같은 것도 썼던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한참 전이었다.


“갑자기 책이 어디서 났어?”


내가 의아해서 물었다.


근처에 서점이라고는 없었고, 서점에서 샀다고 하기에는 손때가 묻은 책이었다. 책은 깨끗했지만 이미 누군가 몇 번이나 책장을 넘긴 흔적이 남아있었다. 새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손길이.


“내가 이거 시켰더니 카페 사장님이 주시던데? 후르츠 어쩌고 한 긴 이름이라 정확히 생각은 안 나네. 어쨌든 나보다 전에 이 메뉴를 시킨 사람이 놓고 갔대. 혹시 이 메뉴를 시키는 사람이 있으면 선물로 주라고. 그게 딱 나였네?”


누나가 손에 든 음료를 흔들어 보였다. 분홍색을 바탕으로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정체 모를 음료였다. 후르츠 어쩌고, 라는 이름을 지닌 음료는.


“새콤달콤해.”


음료를 바라보던 내 표정이 이상했는지 누나가 음료를 마신 뒤 덧붙여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은 뒤, 책을 넘겨봤다.


그곳에 다다라야겠다는 목적으로 넘긴 페이지가 아니었음에도 어떤 페이지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는 다른 쪽보다 아주 약간의 틈이 있었고, 나의 엄지손가락 끝을 따라 빠르게 넘어가던 책장이 그곳에서 멈추었다.


그 틈새에 놓인 건 하늘색 종이였다.


나는 종이의 끝이 조금은 바랜 것 같은, 시간이 묻어있는 종이를 펼쳤다. 그래서인지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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