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명처럼 다가오는 어떤 사소한 만남. 그 시작을 나는 알아챌 수 있을까.
봉오리 맺힌 꽃망울이 환하게 터지는 그 순간을. 나는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다보니까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여기서 마시자.”
선아 누나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다녀올게.”
나도 걸음을 멈춰서며 말했다.
“아니야. 앉아 있어. 너는 앞으로 걸어 다닐 일만 남았는데.”
선아 누나는 장난스럽게 웃더니, 뭐 마실래, 하고 물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실게.”
“알았어. 잠깐만 앉아 있어.”
선아 누나는 카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누나의 뒷모습이 꽤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일렬로 늘어선 의자에 앉아, 나는 잔뜩 솟아난 왼쪽 잇몸을 혀로 툭툭 건드렸다. 신경 쓰는 일이 생길 때면 언제고 제가 먼저 불어나는 성가신 녀석이었다.
거리와 공항 건물을 연결하는 문이 쉴 틈 없이 여닫히며, 사람들을 끊임없이 건물 안으로 들였다. 한산한 것 같으면서도 북적이는 출국장에서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 담긴 생기 같은 건 내게는 없을 터였다.
나처럼 무거운 기운을 내뿜고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 자신도 한 사람의 여행객이면서 다른 여행객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나는 여행객들의 설렘 속에서 외딴 나무처럼 동떨어져 있었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 자리가 왠지 불편해져 슬며시 자리를 떴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금세 다른 사람이 앉았다. 마치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선아누나가 향한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 볼 때는 가까워 보였지만 막상 걸으려니 제법 거리가 있었다.
공항 곳곳에 보이는 몇 개의 깃발들 마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섬처럼 무리지은 그들과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는 사람들, 새로 지어진 공항을 구경하는 사람들,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선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웅, 웅, 거리는 사람들의 대화가 마치 이명처럼 들렸다. 사람들의 흐름과 그들의 말소리가 느렸다 빨라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잡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물결 같은 움직임이 내겐 오랜만이어서 조금 낯설었다.
순식간에 내 곁으로 사람들의 무리가 지나갔다. 그들의 공기가 내가 서 있는 곳을 흔들어댔다.
나는 순간 비틀댔다. 어지러웠다.
고개가 땅으로 떨어졌다. 머리가 핑 돌았다. 나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툭, 하고 어떤 사람과 팔이 부딪쳤다.
“미안합니다.”
그쪽에서 건네 온 사과에 내가 대답하기도 전, 목소리는 사라졌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본 건 깃발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만든 거대한 뒷모습과 각자 제 갈 길로 향하던 사람들의 걸음걸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