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랑한 마시멜로우 Apr 02. 2024

내가 s의 첫사랑이었을까?(2)

* 내가 S의 첫사랑이었을까?(1) 이어진 다음 이야기입니다* 


그러는 사이 s는 내 주변에 얼씬거리는 남자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내게 시도 때도 없이 플러팅을 해대던 공대생과는 술 진탕 먹고 잔디밭에서 뒹구는 씨름한판을 하고선 ‘아무 사이 아니다’라는 확답을 기어이 듣고 끝냈다.


편집부 행사가 있던 날, 나를 특별히 예뻐했던(ㅎ) 부장오빠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행사에 빠지고 s와 학교 앞 다방에 앉아 속닥속닥 데이트라는 것을 했는데 딱 들켜버렸다.

시골에서 용돈이 올라왔다며 내게 커피와 찹쌀떡을 사주고 싶다 해 만났는데, 행사를 마치고 온 부장오빠 일행과 마주쳐 버려 그 사달이 났다.

부장오빠 표정이 아주 일그러지다 못해 손까지 부들부들 떨던 모습을 본 뒤론 난 부장오빠와도 참 서먹한 사이가 돼버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s가 동아리에서 큰 사고를 쳤다.

동아리 모임 중, 기타오빠와 s가 무슨 일 때문인지 서로 큰소리를 치고 탁자를 엎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선배들은 하극상이 일어났다며 들고일어나 남학생들 모아놓고 줄빠따를 날렸고, 여학생들은 옆에서 울고불고 난리부르스 장단을 맞추었다.

정작 본인 때문에 발생한 일인데 줄빠따 자리에 s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뒤 어느 날, 동창 j에게서 만나자는 기별이 왔다.

시내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약속 장소를 잡은 j는 내게 비싼 스테이크를 사주며 말했다.


"얘기는 들었다. 네 생각을 듣고 싶어서 왔다. 그리고,,,, 네가 양보 좀 해주면 안 되겠냐" 대충 그런 내용들이었다.


난 j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 절박하고 애절해서 엄청 당황해 버렸다.

하지만 우린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s에 대한 내 마음에 확신이 없었기에 난 한껏 여유를 부리며 정말 쿨하게 j에게 말했다.


"우린 그냥 동아리 친구일 뿐이야~"


그녀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고 가겠다며 '고맙다'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연이었을까?

그 후부터 s는 학교나 동아리에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씩 얼굴이 보일 때면 빠른 속도로 변해 가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그때 s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뒤늦게 맞이하고 있는 소년처럼 본격적인 방황의 길로 접어든 듯했다.

난 어떤 내색이나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마음 한편이 걸려있는 채로 그냥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제 s는 아예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다.

시험을 보지 않아 재적위기에 처했고 당연히 동아리 어떤 행사에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캠퍼스에서 s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날, 너무 많이 망가져 버린 모습으로 나타난 s를 보자 더더욱 난 그를 감당할 자신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s는 학교를 자퇴했고 대한민국 공군이 되었다.       


내 대학생활은 변함없이 네버엔딩 도전의 연속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달려가고 있어서 난 s를 생각할 틈이 없었는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s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우린 대학가가 아닌 시내 커피숍에서 꽤 오랜만에 랑데부했다.

그냥 웃음만 나왔다.

그간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두서없는 얘기를 주고받다가 s가 자리를 털며 마지막 한마디를 떨궜다.


"j가 아니었으면 너랑 잘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낼 만큼 보내다 눈치가 보여 나왔지만 아직은 헤어질 마음이 없어 시내를 몇 번 더  돌았다.

나도 돈이 없었지만 s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 어디로 다시 들어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하염없이 시내를 걷고 또 걸었다.

그것을 끝으로 우리는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그 후 난 깨끗이 s에 대한 미련을 버린 줄 알았다.

하지만 혜지커플이 알콩달콩 내 앞에서 얼쩡거릴 때마다 알 수 없는 허전함에 한참을 가슴앓이 해야 했다.

내 동창 j와 s의 만남이 간간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 한편이 려왔다.

나는 시작도 못한 게임의 패자가 되어 내 처지가 갈수록 초라해져 가는 것을 감내해야 했다.

그때 S도 나도 스무 살~

온갖 사고만 치다 소문만 무수히 남기고 방랑자가 되어 내 곁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린 s를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다, 완전히, 게임오버였다.


나는 나의 첫사랑이 s라고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s의 첫사랑이 나였다고 하기에 이 글을 적어본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가(그녀가) 아름다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시절엔 솔직하지만 서투른 청춘이 있었고 지독할 만큼 순수한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s의 첫사랑이었을까?(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