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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Jan 17. 2023

거울 속 곰의 진짜 속 마음

오늘도 곰생했어요 - 프롤로그

오늘은 3개월 전에 퇴사한 직장동료를 만나는 날이었다. 동료가 퇴사해도 만나야지 생각은 하지만 여유 없는 일상에서 누구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래도 몇 년을 같이 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속에서 희석된 그 존재감에 반가운 마음을 표한다.

내 앞에서 손을 흔드는 그 모습은 과거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기억 속에서는 쏟아지는 책임감에 울기도 했던 모습인데 그런 기억은 사라진 듯 매우 밝다.

특히 라식도 하고 머리도 했는지 인상이 많이 달라져 보인다. 나 또한 밝음에 전염이 된 듯 잠시라도 회사를 떠난 그 분위기가 좋아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나도 지금 다니는 회사가 두 번째 회사이다. 약 5년 전 내가 첫 회사를 뛰쳐나왔을 때 나도 저런 얼굴이었을까?

그때 퇴사한 뒤에 밤새 놀며 무더운 여름 계곡에 친구들과 놀러 갔던 추억이 어느덧 내 머릿속에 드리운다.

그것을 보면 마치 회사 생활이 내게 맞지 않은 듯싶기도 하다.

아직은 내가 2년 차 풋내기일 때의 일이다. 매일 지속되는 야근에 지친 나는 업무상 친하게 지냈던 다른 부서의 직장선배에게 푸념을 했다.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일찍 퇴근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결국 야근이에요 매일 야근에 주말에도 일이 많고 쉬지를 못하겠어요”

그랬더니 직장선배는 미소를 짓고 이렇게 말했다. “일은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어요. 매일이 다른데 똑같은 짐을 얹고 살 순 없는 거죠. 그러니 퇴근하시죠 오늘도 고생했어요."

그 한마디와 퇴근까지 챙겨주는 선배의 모습에 순간 내 과중했던 스트레스와 압박감의 일부가 달아나고 없었다.


사실 선배가 해준 말에 있어서 나의 일이 실제로 덜어졌는가를 보면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이상하게 책임감이 덜어진 것과 같고 압박에서 나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우리는 같은 일, 같은 사건일지라도 사람마다 각자 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받는 압박 또한 다르다.

이런 것들은 실체가 없으며 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설정되는 실체 없는 것들이다.

만약 우리가 그걸 깨닫고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편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주변인들 앞에서 곰처럼 우직한 모습 그리고 든든한 모습으로 남기를 원하거나, 그러한 책임이 주어진다. 그래서 항상 발생된 아픔과 문제를 이성적, 직관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는 한다.

하지만 해결을 했어도 한동안은 평화롭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똑같이 사건들 앞에 서있기 마련이다.

해결을 위한 노력은 우리에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서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치고 만다.

하지만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있는 압박은 실체가 없어도 문제는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를 제대로 추스를 방법과 시간이 그저 우직하기만 한 곰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사실 나는 안락한 곰돌이가 되고 싶을 뿐, 거창하고 힘든 곰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사회의 곰이 되어야 했기에 거울 속의 나는 말한다. “오늘도 곰생했어요”



# 조금 덜 힘들고 싶어


조금 덜 힘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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