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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Jan 20. 2023

의미_행복한 염소 치기 소녀

오늘도 곰생했어 - 1부 조금 덜 힘들고 싶어

푸른 들판에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언덕 위에 서 염소를 지켜보고 있는 염소 치기 소녀가 있다. 소녀의 하루 일과는 부모님의 염소 농장에서 염소 우유를 짜고 밥을 먹이고 털을 깎아 파는 것이다. 그녀의 꿈은 지금 키우고 있는 염소 열 마리를 염소 백 마리로 만들어서 부모님의 가업을 성공시키는 것. 그러기 위해서 단조롭지만 고된 하루에 있어서 염소들이 늘고 무럭무럭 자랄수록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는 다르다. 그녀의 오빠의 꿈은 하루빨리 지루한 농장을 떠나 도시에서 번듯한 설계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염소 치기 소녀를 도시에 보내서 일하게 하고 오빠가 농장에서 계속 일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각자 내가 왜 가서 일을 해야 하는지 즉, 일의 가치와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정작 둘 다 일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행복과 멀어질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마음속에서 작은 염소 치기 소녀이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없는 도시로 자꾸 내몰리고 있다.


나는 첫 직장에서 내가 원하던 전공과 관련된 일이 아닌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직무에 배정되었다. 내가 생각한 업무와 동떨어진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과 다르며,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험과도 겹치지 않은 업무가 주어진 것에 당황스럽게 되었다. 더구나 전공과 다른 업무가 주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업무가 나와 어떠한 연관이 있고 왜 해야 하며 비전이 있는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자 그런 고민을 알게 된 당시 팀장님과 직장선배들이 나에게 말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 나만해도 생물학 전공인데 지금은 구매팀에서 일하고 있는 걸?” 나를 달래주고자 하는 마음에 감사함을 느꼈지만 결국 그 위로는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그냥 차라리 연봉이라도 높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게 당시 나의 마음이었다.


사실 우리는 일을 해도 우리가 생각한 기대치보다 낮은 보상이 기다릴 때가 많다. 하지만 돌아오는 보상이 적다는 것이 꼭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 가치는 결국에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결코 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배터업 랩스의 조사에 따르면 일의 의미를 찾은 사람들이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시대에서, 직장에서의 희생이 나에게 큰 의미와 보상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직장을 그만두고 두 번째 직장에서도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회사가 아닌 나의 성장을 위해서 일하자. 이후 할당받은 업무들 외에도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들을 능동적으로 해내었고 이에 익숙해지자 업무에 대한 프라이드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그러자 마법처럼 일에서 성취감과 달성감 같은 작은 행복들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내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내가 일에서 내가 추구하는 바를 찾지 않은 상태로 그저 일만 했다면 일을 하는 내내 나는 불행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와 맞지 않는 업무인데 내가 왜 해야 하는가?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하지만 직장에서 내게 뜬금없이 염소를 키우는 일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내게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수행하고 이상과 일치해 가는 여정에서 행복에 도달하지 않을까? 그리고 업무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생색도 내면서 나의 일을 즐겁게 어필하는 것도 나름대로 행복하다.


하지만 한때 나는 만약 회사 내에서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가진 적도 있었다. 우리가 달려온 시간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가 넘치기에 단순한 취미부터라도 그것들에게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 된다면 인생의 목표로 발전할 수 있다. 갈피를 못 잡는다면 내 목표와 욕심을 크게 잡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행복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클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저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기에 모든 것에서부터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오늘도 아무튼 출근하는 우리는 ‘염소 치기 소녀’처럼 일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 1부 조금 덜 힘들고 싶어


내게 보내는 질문 1.

현재 내가 하는 일들 그리고 취미들은 나에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내 취미에 대한 리스트를 적고 가장 흥미가 있거나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체크해 보세요.


인용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211022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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